'극단적 투타 불균형' 롯데-LG, 상처만 남긴 타격전
by이석무 기자
2010.07.04 09:25:54
| ▲ 4일 잠실구장 롯데-LG 경기. 사진=LG 트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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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대 LG의 경기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타격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연장 11회까지 양 팀 합쳐 41안타 27득점이 나왔다. 정규이닝 18이닝 가운데 15이닝에서 득점이 쏟아져 정규이닝 기준 역대 한 경기 최다이닝 득점 기록(14이닝)도 갈아치웠다.
결과는 롯데가 연장 11회초 손아섭의 결승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14-13,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손아섭은 11회말 그림같은 송구로 상대 주자를 3루에서 잡는 호수비를 펼치기도 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이긴 롯데나, 패한 LG나 경기 내용은 상처, 그 자체였다. 양 팀 타선의 힘도 대단했지만 반대로 투수들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타격전을 부추겼다.
롯데는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총 8명의 투수가 나왔지만 두 타자를 범타처리한 세번째 투수 배장호를 제외하고는 모든 투수들이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김일엽도 손아섭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패전투수가 될 뻔 했다.
수비조차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날 롯데 수비진이 기록한 실책은 3개. 특히 4회말과 5회말 이대호의 연속 실책은 대량실점의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시즌 전부터 롯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수비불안이 끔찍한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로이스터 감독이 "볼넷과 에러를 많이 내주는 야구가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이런 모습이 나와 창피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패한 LG 입장에선 아픔이 더 컸다. 롯데 보다 더 많은 21개의 안타를 치고도 패했다.
LG 역시 롯데와 마찬가지로 8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모조리 난타를 당했다. 선발 더마트레가 2이닝 동안 5실점한 뒤 조기강판된 뒤 이동현 오상민 김광수 이상렬 등 현재 LG가 가장 믿는 구원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오카모토는 이날 최악의 모습을 드러냈다. 2이닝을 던지면서 1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문제는 결과보다 내용이었다. 시즌 초반보다 공끝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오카모토는 전혀 상대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최대 장점인 제구력 마저 흔들리다보니 폭투를 2개나 기록해 패배를 자초했다.
이제 시즌 절반 정도를 치른 상황에서 마무리투수가 흔들린다는 것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시즌 전 우려했던 체력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양 팀은 마운드에 기대지 못하고 타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울한 현실을 이날 경기에서 잘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