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7.10 09:44:01
[조선일보 제공] "브로드웨이는 죽었다"고 선언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미국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LaChiusa·46)의 뮤지컬이 국내 초연된다.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세 단편을 묶어 '진실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다. 라키우사는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진실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의 눈 안에만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는 죽었다'는 말은 충격 요법이었나,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가?
"정확히 말해야겠다. 2005년 나는 한 잡지에 '뮤지컬은 죽었다(The musical is dead)'고 썼다. 모방의 모방 같은 뮤지컬들이 흘러 넘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생김새며 말투는 뮤지컬을 닮았지만 생명성은 없는 '가짜'였다(라키우사는 다른 글에서 《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 《나쁜 녀석들》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레이 가든스》에서는 독창성과 새로운 기운을 느끼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의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는 "지금의 날 만든 건 내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들"이라고 했다.
"동감한다. 나는 오프브로드웨이나 오프오프브로드웨이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더 많은 모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지갑을 두둑하게 하지만 도전의 쾌감이 없다."
―《씨왓아이워너씨》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아쿠타가와의 단편 〈덤불 속에서〉 〈용〉 〈케사와 모리토〉를 읽고 매료됐다. 영화 《라쇼몽》의 이야기 뼈대가 됐던 〈덤불 속에서〉는 한 살인자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로 변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씨왓아이워너씨》에서는 소설 속 상황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바꿨다. 다른 두 단편도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진실은 상대적이다. 내게 절대적인 진실이 남에겐 거짓일 수 있다."
―당신의 음악은 "낯설고 불편하다" "손드하임(작곡가)보다 어렵다"는 평을 받는다.
"어떤 범주에 넣기 어렵다는 칭찬으로 들린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한다. 관객이 극장을 빠져나오며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과거에 수천 번 들었을 법한 멜로디다. 나는 미국적인 잡종 문화를 사랑하고, 내 음악에 반영한다."
―드럼과 피아노를 이용해 리듬이 강조된 음악을 들려주던데.
"퍼커셔니스트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노래의 리듬, 등장인물의 심장박동을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혼자 대본 쓰고 작사·작곡하는데 해마다 한 편씩 신작을 내고 있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니까. 마치 다시는 일하지 않을 사람처럼 일하고 있다. 난 사교적이지 않고 일을 사랑한다."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는 매력적인 게 없었나?
"번안 중인 한국 원작이 하나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이야기라서 지금은 밝힐 수 없다. 《씨왓아이워너씨》가 한국 관객에게 진실 또는 신(神)의 의미에 대해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15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김선영 홍광호 박준면 강필석 등이 출연한다.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