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윤동식, 그의 변신의 끝은 어디인가?
by노컷뉴스 기자
2008.04.30 09:36:14
29일 드림2 대회서 진회된 타격실력 선보여…챔피언 꿈 '성큼'
[노컷뉴스 제공] [ 장면 1 ] 2007년 6월 K-1 다이너마이트 USA대회. 그 누구도 윤동식의 TKO승을 예상치 못했다. 당시 윤동식은 프라이드에서 4연패를 당한 후 K-1으로 막 건너온 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사람 잡는 타격가'로 불리는 멜빈 마누프.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윤동식은 마누프의 무차별 펀치를 수없이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텼고, 그라운드 찬스에서 암바로 상대에게서 탭을 받았다. TKO승이 선언되자 윤동식은 펄쩍 펄쩍 뛰며 좋아했다. 시퍼렇게 멍들어 퉁퉁 부은 눈의 아픔 따위는 잊은 듯했다. 암바 연승행진의 서막이었다. '비운의 유도스타' 꼬리표도 떼어냈다.
[ 장면 2 ] 2008년 5월 29일 드림2 미들급 그랑프리 16강 토너먼트. 윤동식은 일본 적지에서 베테랑 파이터 오야마 순고와 맞섰다. 같은 유도가 출신이라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는 윤동식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그라운드와 타격에서 모두 한 수 위였다. 윤동식은 풀마운트 포지션을 두 차례 얻어내는 등 그라운드 공방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타격도 한층 좋아졌다. 위에서 내리꽂는 파운딩 펀치는 매서웠고, 2라운드 스탠딩 타격전에선 오야마 순고의 턱에 강력한 라이트 훅을 적중시켜 상대를 엉덩방아 찧게 만들었다.
"타격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다"는 말을 실전에서 증명했다. "좋은 경기, 재밌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윤동식은 29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드림2 미들급 그랑프리 16강전에서 오야마 순고에 3-0 판정승을 거뒀다.
6개월 만에 실전에 나선 윤동식은 더욱 강력해졌다. 암바로 대표되는 그라운드 기술 외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격기술을 장착했기 때문. 스탠딩 상태에서 날리는 펀치엔 묵직한 힘이 실렸다. 특히 2라운드 마지막 순간 상대의 몸에 완전히 올라탄 후 몰아친 파운딩 펀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윤동식은 지난해 K-1 이적 후 멜빈 마누프, 젤그 갈레시치, 파비오 실바 등을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모두 주특기인 암바로 거둔 승리. 그래서 닉네임도 '미스터 암바', '동바' 등 암바와 관련된 것. 하지만 이런 닉네임은 윤동식에겐 자신감의 원천이자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윤동식은 테이크다운 후 그라운드 기술이 끝이야' 이런 말 듣는 게 싫었죠."
그래서 윤동식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타격과 그라운드 훈련을 50대 50 비중으로 연습했다. 이날 그동안 갈고 닦은 타격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다음 경기에선 타격으로 승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한다.
미들급 그랑프리 토너먼트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윤동식은 6월 중순 열릴 예정인 드림4 미들급 8강전에 나선다. "올해 챔피언 벨트를 꼭 허리에 차겠다"는 꿈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천성적으로 맞고 때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노력과 의지로 결점을 극복한 윤동식. 그를 "반쪽짜리 선수"라고 폄하하는 팬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표시하는 대신 그저 묵묵히 타격훈련에만 열중한 윤동식. 비로소 진정한 종합격투가로 거듭난 윤동식의 변신은 어디까지가 끝일 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