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투병 중인 감독에 바친 승전가

by조선일보 기자
2008.03.17 09:27:07

사상 첫 PO이어 KT&G 누르고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 올라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다 코트에 몸을 던졌다

이희완 감독

[조선일보 제공] "오늘 몸 상태는 수술한 이후 최고로 좋습니다~."

GS칼텍스 이희완 감독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지난 1월 중순 위암 수술을 받은 그에게 소속 팀이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어떤 약보다 효과적인 '회복제'였다.

인천의 처가에 머물고 있는 이 감독은 16일 GS칼텍스가 KT&G를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꺾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말하는 것조차 힘든 항암 치료의 고통 때문에 체육관에 나갈 엄두는 못 냈다. 그나마 TV 시청도 불가능했던 일주일 전보다는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전날 1차전에서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던 GS칼텍스 선수들은 이 감독과 휴대전화로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떠올렸다. "감독님 건강하셔야 해요. 꼭 우승할게요." 리베로 남지연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코트에 몸을 던졌다. 맏언니 정대영부터 신인 배유나까지 이를 악물며 공을 걷어 올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스파이크를 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35점을 올린 정대영은 "시즌 내내 감독님께서 '잘 해줘서 고맙고 믿는다'는 문자를 보내 힘이 됐다"고 했다. 왼쪽 공격수 김민지는 "감독님의 건강을 위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한 쪽에 항상 있었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난해 KOVO(한국배구연맹)컵에서 우승했던 GS는 이번 시즌 프로배구 우승 후보로 꼽혔다. 경험 많은 정대영, 이숙자의 영입과 신인왕 후보 배유나를 뽑아 전력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의 부상 등으로 2007~2008 V리그는 시작부터 패배의 연속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염 증세로 입원했던 이 감독이 지난 1월 초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성희 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았지만 3라운드에서 4전 전패를 당하는 등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이 감독이 수술을 받고 퇴원한 1월 28일 이후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5승9패를 기록했던 팀은 차곡차곡 승수를 쌓으며 상승세를 탔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힘을 내라"며 격려 문자를 보냈고, 선수들도 승리를 거둔 날이면 빼먹지 않고 스승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코치는 "정대영, 김민지 이런 이름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야단을 치며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수술 전 키 1m87에 79㎏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던 이 감독은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앞으로 항암치료를 다섯 번이나 더 받아야 한다. 그는 "힘들 때 선수들의 문자를 받으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선수들 덕분에 항암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남지연에게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빨리 끝난 것 아니냐. 너무너무 축하한다. 너희들을 믿었고 앞으로도 믿는다." 남지연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우리들이 마음 편히 할 수 있었습니다. 꼭 우승하겠습니다." GS칼텍스는 오는 22일부터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을 벌인다.

남자부 삼성화재는 LIG손해보험을 3대1로 꺾고 27승4패를 기록, 2위 대한항공(24승7패)과의 승차를 3으로 유지했다.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자력 우승을 위한 승수를 '2'로 줄였다. 19일 대한항공과의 맞대결에서 이기면 우승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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