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리메이크, 레트로, 리얼리티...2008 엔터 키워드 3R

by윤경철 기자
2008.03.03 09:31:48

▲ 대중문화계 또 다른 인기코드인 3R. 리메이크 댄스곡으로 사랑받는 쥬얼리, 라디오라는 복고적인 소재를 사용한 영화 '라듸오데이즈', 리얼리티 오락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2008년 대중문화계에는 여전히 3R(Remake, Retro, Reality)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메이크(Remake·재생), 레트로(Retro·뒤돌아보는), 리얼리티(Reality·실재,실화) 코드가 확실한 인기코드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광통신의 디지털 세대를 살고 있지만 정겨운 향수에 젖어 위안을 받고, 가짜와 사기가 범람하는 요즘 세태 속에 진솔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요계에선 복고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승철, 김범수 등 30, 40대 발라드 가수들로 시작된 리메이크 바람은 이제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한 쥬얼리는 이탈리아 팝가수 인-그리드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을 리메이크한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새롭게 급부상한 신인가수 주(JOO)가 제이의 '어제처럼'을 앨범에 담았는가 하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와 박혜경 역시 리메이크 노래를 앨범에 담았다.
 
이들에 앞서서는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해 주목 받았으며 여성 3인조 그룹 가비퀸즈는 국민가수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리메이크해 나이답지 않은 가창력으로 호평을 받으며 비교적 빠르게 존재를 알렸다. '미녀들의 수다' 출신의 사오리 또한 김완선의 ‘기분 좋은 날’을 리메이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요계 리메이크는 디지털싱글 시장의 팽창 및 극심한 가요계 불황과 맞물려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낯선 가수와 노래들에 대한 음악 수용자들의 호기심이 증발한 상황에서 잘 알려지고 작품성 높은 곡을 리메이크할 경우, 신곡을 발표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노래로만 승부를 내야 하는 디지털 음원시장이 팽창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곡자들의 반발과 함께 창작곡 활성화를 퇴보시킨다는 지적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고 소비하는 영화, 가요, 방송이 2008년에도 여전히 강세다. 최근 등장하는 회고의 또다른 대상은 라디오다.
 
TV와 인터넷으로 인해 한때 퇴물 취급을 받던 라디오는 최근 영화 방송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재평가되고 있다. 2006년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를 필두로 최근 동명의 뮤지컬과 MBC의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 한 영화 ‘라듸오 데이즈’가 얼마전 개봉하는 등 라디오라는 최소한 한국 연예계에서 만큼은 아직 살아있는 존재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중문화 속의 라디오는 사실 실제 라디오 문화가 아니다.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향수가 부활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라디오 시절을 회상하면서 감흥에 빠지게 되고 즐거워한다.
 
추억의 대상은 비단 라디오뿐만이 아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핸드볼 은메달을 소재로한 '우생순' 역시 회고적인 코드를 앞세웠다.
 
가요계에서 복고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가요계를 평정했던 원더걸스의 복고풍의 의상과 음악을 비롯해 빅뱅의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 2월 한달간 온라인 차트 1위에 오르며 올 상반기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운아이드걸스(B.E.G) 'L.O.V.E'에 이르기까지 국내 대중음악은 바야흐로 복고풍의 댄스 리듬이 강세다.
 
복만이, 길동이, 정금이 등 복고적인 이름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각종 방송에서는 스타들의 과거를 묻는 토크쇼가 각광을 받고 있다.

비드라마 부문 TV쇼의 트렌드는 단연 '리얼리티TV'다.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무한도전' '해피선데이-1박2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오락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지향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연예인 따라잡기 프로그램은 물론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정도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교양 프로그램까지 체험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으면서 리얼리티가 장악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예인 매니저나 상근이 등 예상치 못한 일반인이나 동물 스타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리얼리티 붐의 영향으로 오는 8월 국내 개막을 앞둔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오는 2월 중순부터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 온미디어의 ‘싱잉 인 더 스카이(Singing in the SKY)’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여주인공을 선발하는 공개 오디션까지 진행한다. 영화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 등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