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어색함이 진짜 그의 경쟁력'

by정철우 기자
2007.10.12 11:05:37

사진=삼성라이온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위풍당당' 삼성 양준혁(38)은 1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수훈선수 인터뷰서 자신의 '어색함'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모든 모습이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양준혁은 '어색함'의 결정체나 마찬가지다. 야구의 기본인 치고 받고 던지고 달리는 모양새들이 모두 교과서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어색함'이 '기량 미달'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어색함은 보기에만 허술해보일 뿐 양준혁의 몸에 맞는,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뿐이다.

양준혁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만세타법은 2003년 스프링캠프부터 싹텄다. 2002년 데뷔 10년만에 3할타율에 실패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비디오 분석을 통해 공을 맞힌 뒤 오른 손을 놓으며 뻗을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음을 찾아내게 됐다.

이후 피나는 노력 끝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배트도 바꿨다.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하기 위해 배트 무게를 830∼840g으로 줄였다. 그전엔 980g까지도 사용했었던 그다. 양준혁은 여전히 "나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며 만세타법을 끊임 없이 진화시키고 있다.

수비의 어색함은 가장 큰 단점이다. 그는 수비를 잘 하는 야구선수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도망갈 생각은 없다. 양준혁은 "2002년 이후론 수비가 약하다고 경기 초반에 교체되는 일도 많았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그런 상황이 되면 버텨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준비만 잘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믿었다. 참기 어려운 수모를 겪게될때 자신을 믿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것,그리고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진짜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에서도 '어색함'은 그를 줄곧 따라다닌다. 양준혁은 술.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물론 자기 관리를 위해서지만 이면에는 '어색함'이 숨겨져 있다.



2000년 시즌이 끝난 뒤 양준혁은 2차 선수협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심정수 등과 함께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며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즈음 그와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양준혁의 후배 결혼식 피로연에서였다. 양준혁은 "너무 괴롭다. 오죽하면 요즘은 술도 한잔하고 싶고 담배도 피고 싶다"며 담배 한가치를 꺼내물었다.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무 어색했기 때문이다. 솥뚜껑처럼 큰 손에 쥐어진 담배는 특유의 폼(?)이 사라진 채 초라해 보였고 담배를 입에 가져가기 위해 마치 건달이 인사할때 처럼 꺾인 어깨는 우스꽝스러웠다.

양준혁은 머쓱한 웃음과 함께 "내가 이래서 담배를 못핀다. 나는 심각한데 다들 웃어버린다"며 "술도 그렇다. 한잔만 마셔도 금세 얼굴이 달아오르며 취해버린다"고 털어놓았다.

술과 담배는 '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술,담배를 시작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이다. 
 
보통의 경우 술,담배가 어색했다면 멋있게 해보려고 노력을 해봤을 터. 그러나 양준혁은 다른 길을 갔다. 어차피 '폼'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폼 나는 인생보다 실속있는 삶을 택한 것이다. 어쩌면 쓸데없는 객기 없이 스스로를 받아들인 것이 사상 첫 2000안타와 최고령 20-20 등의 영광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이기 : 양준혁의 어색함 최고봉은 홈런 친 뒤 관중들에게 인형을 던져줄때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던질때 던지는 손과 반대편 발은 땅에 붙이고 같은편 발이 공중에 뜨게된다. 그러나 양준혁은 반대다 던지는 손과 반대편 발이 공중에 붕 뜬다.

그러나 양준혁은 이것 역시 개의치 않는다. 준PO 2차전서 홈런을 때려낸 뒤 평소보다 큰 오버 액션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큰 경기서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액션을 크게 하며 덕아웃과 경기장 분위기를 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