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매니저 머슴논란' 낡은 연예계 구조 개선 신호탄 돼야

by김보영 기자
2020.07.08 08:14:38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이순재 측과 전 매니저 간 갈등으로 촉발된 ‘매니저 머슴논란’을 두고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낡아빠진 관행을 개선할 정책적 조치와 공론의 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 들고 있다. ‘감성 비즈니스’란 핑계로 무시됐던 매니저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버거운 근무 환경을 낳았던 연예인과 매니저 간 불분명한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 지을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순재와 소속사 측은 의혹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법률 책임과 도의적 비난을 받겠다며 사과했다. 이순재는 지난 5일 전 매니저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고 전 매니저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머슴살이’를 당하는 게 이순재 전 매니저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로드매니저로 불렸던 한 현장 매니저는 “연예인 개인 집 청소, 빨래 개기는 기본에 ‘술 대기’까지 하며 혹사 당하는 매니저들을 많이 봤다”며 “뺨을 맞거나 책으로 머리를 맞는 경우도 있지만 업계에서 오래 버텨야 하니 입을 닫고 꾹 참는다. 그 외에는 못 견디겠다며 이 바닥을 떠버리기 때문에 쉽게 문제 제기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물론 매니저와 연예인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근로와 ‘워라밸’ 문화에 익숙해진 대중으로서는 업무 현장 챙기기도 모자라 자신의 사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소속 연예인의 사소한 사생활 영역을 살뜰히 챙겨주는 매니저와 그걸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연예인의 모습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했다가 방송에 비친 매니저의 세심한 배려를 접한 시청자들로부터 의도치 않게 갑질 해프닝까지 빚은 배우 이청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초과근무수당을 받기는커녕 표준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업계 현실이다. 매니저가 연예인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매니지먼트 영역의 범위에 대한 의견마저 소속사별로 제각각이라는 점 역시 난해한 지점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이번 사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매니저의 업무 범위 및 처우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기로 했다. ‘마음’으로 ‘가족’같이 일한다는 슬로건은 이미 옛말이 됐다. 매니지먼트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