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조복래 "난 지금 연예인 놀이 중, 낯설다"(인터뷰)

by강민정 기자
2015.02.05 07:50:29

2010년 연극 무대로 데뷔..첫 주연 안긴 상업영화
'쎄시봉' 뜨거운 반응 감당 안되..'연예인 놀이' 하는 기분
'송창식 공경심' 덕에 오디션 성공..'멋진 삶' 깨달아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 역으로 열연한 배우 조복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명함 안 주시네요. 연락드려야 하는데.”

그의 첫마디였다. 일반적으로 배우와 인터뷰를 앞두고 ‘통성명’을 할 때, 이런 말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관심이 언젠가는 사라질텐데, 그때 혹시 제가 파산하면 연락드리려고요.(웃음)”

농담이랬지만, 마음 한켠이 짠했다. 미리 짐작하지 않고, 먼저 기대에 부풀지 않으려는 모습엔 의연함 만큼 불안함도 크게 자리하기 마련이다.

배우 조복래는 ‘신상’이다. 데뷔는 2010년 연극 무대로 했다. 갓 데뷔한 신예는 아니지만 ‘상업 시장’의 시선에선 신선함 그 자체다. 그의 이름 앞에 ‘주연’을 달아준 첫 상업 영화 ‘쎄시봉’은 조복래의 발견을 이끌었다.

‘쎄시봉’ 시사회가 끝난 뒤 “조복래가 누구냐”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영화 속에서 트윈폴리오의 송창식을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처음부터 가창력과 기타 연주 실력에 있어선 아무런 기대도 안했”다지만, 스크린으로 마주한 조복래는 훌륭한 모창자였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쎄시봉의 이익균을 소화한 배우 정우와 호흡은 영화의 주된 관전포인트다. 조복래는 송창식의 옷을 입고, 머리스타일을 하고, 목소리를 내고, 화음을 맞추며, 영혼까지 닮아버린 연기를 이끌어냈다.

‘쎄시봉’의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사진=김정욱기자)
“관객의 평가를 듣기 전까진 사실 실감이 나질 않아요. 이렇게 칭찬을 받을 거라 기대도 않했고요. 아직 낯설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연예인이 됐나?’라는 생각부터 연예인 맛보기? 미리보기? 연예인 놀이? 이런 걸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웃음) 솔직히 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저를 봐주지 않은 상황에서 과분한 호평은 감당이 되질 않네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두려움은 크다. 맛보지 않은 음식, 경험하지 않은 운동, 처음 만나는 사람,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엔 공포가 따라온다. 그 두려움에 뛰는 심장 박동이 설렘처럼 느껴진다면 마냥 좋겠지만, 조복래는 그렇게 안도하고 있진 않았다. 그 배경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깔렸다. 무엇보다 ‘송창식을 연기했다’는 사실이 그를 억눌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록발라드 장르가 유행했어요. 당시 밴드를 했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성우가 되고 싶어서 성악을 배웠고요. 그 두 가지를 10년 동안 취미로 쭉 해왔어요. ‘쎄시봉’ 오디션은 그런 저에게 운명 같은 기회였죠. 어떤 분이 ‘오디션 한번 봐봐. 송창식 선생님 보니까 너 생각 나더라’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웬걸, 제 생각과 달리 오디션에서 망했더라고요.(웃음)”

오디션을 앞두고 그에겐 ‘5가지 필승전략’이 있었다. 나름 연마하고 있던 노래와 기타 연주 그리고 송창식처럼 보이기 위한 가발과 의상을 준비했다. 여기에 ‘송창식에 대한 공경심’을 더했다.

‘쎄시봉’ 속 조복래의 모습. 정우, 한효주, 강하늘, 진구 등과 1970년대 분위기에 흠쩍 젖은 캐릭터로 호흡을 맞췄다.
“노래와 기타는 빛을 못 봤어요. 연극 무대도 서봤고 뮤지컬도 했지만 노래를 부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울렁증이 좀 있거든요.(웃음) 가발과 의상 덕에 힘을 좀 본 것 같아요. 무엇보다 A급 뮤지컬 배우들과의 경쟁에서 웃었던 건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를 좀 못하고, 기타를 못 쳐도 ‘송창식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클 거라 확신했거든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신예’라는 사실에 자신감이 없어보였던 그가 눈을 다시 반짝였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연기한 덕에 ‘쎄시봉’ 속 조복래가 빛을 낸 것이란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촬영 내내 ‘부산 상남자’ 정우 형이 고마웠고, ‘세상 둘도 없는 완벽남’ 하늘이에게 배웠다는 그.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철학과 신념을 놓치지 않는 멋진 삶을 살리라 다시 다짐하게 됐다.

“아직 ‘쎄시봉’이란 작품에서, 그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노래도, 호흡도, 특히 사랑도 참 예쁘게 그려졌잖아요. 슬픈 사랑이긴 했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의 추억이 소중한 건데. ‘쎄시봉’은 그런 의미에서 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