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삼진 보다 볼넷이 많은 투수들

by백호 기자
2008.01.03 10:57:09

▲ 지난 시즌 부상으로 부진했던 문동환 [사진제공=한화이글스]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야구에서 풀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이다. 볼이 스트라이크보다 1개 더 여유가 있다. 삼진이 볼넷보다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도다.

실제로 삼진이 볼넷보다 훨씬 흔하다. 2007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삼진은 총 5,631개, 볼넷은 총 3,615개 나왔다. 삼진이 볼넷보다 55.8% 더 많았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는 볼넷 8,576개, 삼진 1만7,449개가 생산됐다. 삼진이 103.5%나 많았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볼넷이 7,503개, 삼진이 1만4,740개 나왔다. 삼진이 96.5% 더 많았다.

우리나라의 삼진/볼넷 비율이 메이저리그보다 더 낮기는 하지만, 어쨌든 삼진이 볼넷보다 훨씬 많은 건 분명하다. 그래서 훌륭한 투수들의 경우는 삼진이 볼넷보다 몇 배 더 많기 마련이다. 2007 리오스(두산)는 삼진(147개)이 볼넷(58개)보다 2.53배 더 많았다. 류현진(한화)은 삼진이 볼넷보다 2.61배 더 많았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인 오승환(삼성)은 삼진이 4.06배나 많았다.

오늘날 삼진/볼넷 비율은 구위의 척도로 여겨진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구조적으로 삼진이 볼넷보다 많은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투수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2007년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던 투수 가운데 잘 알려진 투수들을 찾아본다. 이 투수들의 2008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아래 순서는 소속팀의 2007년 순위다.

이경필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98년에 삼진(94개)이 볼넷(48개)의 거의 2배에 이르렀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2년 이후 2007년까지 한 번도 삼진이 볼넷 수를 앞서지 못했다. 2007년에도 삼진 14개에 볼넷 16개였다. 1승 2패 방어율 5.19를 기록한 이경필이 팀의 주축 투수로 돌아올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문동환은 엄밀히 말해 볼넷이 더 많았던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2007년에 볼넷과 삼진 수가 37개씩으로 똑같았다. 조성민은 볼넷(19개)이 삼진(18개)보다 1개 더 많았다. 이 중 조성민은 은퇴했고, 문동환은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선수생명을 염려할 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동환은 2006년 17승을 거둘 때에도 삼진(85개)이 볼넷(78개)보다 그다지 많지 않았다. 쇠락이 예견되었다 하겠다.



삼진 39개, 볼넷 41개였다. 원래 ‘맞춰 잡는’ 투수라고 해도 볼넷보다도 삼진이 더 적은 건 문제가 있다. 전병호가 삼진보다 많은 볼넷을 허용한 건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2007년 8승을 올리며 팀 마운드의 주축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투수 수명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 명단에 속한 이름 중 가장 충격적인 존재다. 팀의 마무리 투수가 볼넷보다도 삼진이 더 적다는 것은 정상적인 이해를 초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팀의 경우 오승환은 4.06배, 정대현(SK)은 2.71배, 구대성(한화)은 3.08배 삼진이 볼넷보다 많았다.
우규민은 78이닝 동안 26탈삼진 31볼넷을 기록했다. 삼진이 볼넷보다 적다는 것도, 그리고 마무리 투수가 3이닝당 1개밖에 삼진을 못 잡았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LG는 마무리 투수의 교체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둘 다 좋지 않은 2007시즌을 보냈다. LG의 4강 도전은 쉽지 않았다.

정민태는 볼넷(11개)이 삼진(6개)보다 거의 2배 많았다. 그의 구위가 얼마나 나빠졌는가를 엄청난 방어율(12.81)보다 더 확실히 보여준다. 정민태가 1998년에 볼넷(51개)보다 3.12배나 많은 삼진(159개)을 잡았다는 사실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할 정도다. 정민태가 2008년에 ‘재기’할 가능성은 KT가 무사히 현대를 대체할 구단을 창단해 4강에 도달할 확률보다 더 낮아 보인다.

이왕기는 유망한 투수였다. 그러나 2007년에는 볼넷 6개에 삼진 3개로 정민태보다도 나쁜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했다. 1군 경기에 7번 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는 신인이던 2005년만 해도 삼진이 볼넷보다 2.17개나 많은 위력적인 투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큰 수렁에 빠졌다.

KIA가 꼴찌를 안할 방법은 없었다. 용병 2명 모두와 제2의 선동렬, 그리고 리오스와 바꿔온 투수가 모두 삼진보다 많은 볼넷을 남발하며 형편없는 투구를 했다. 이 중 김진우 로드리게스 스코비가 2008년 개막전 로스터에서 사라질 거라는 게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이 중 김진우는 볼넷(23개)이 삼진(17개)보다 훨씬 많았다. 그가 진정으로 다시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지도 불분명하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다시 야구가 될 지도 알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