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야구]'부처님 손바닥 위 손오공' 김병현 말린스전 최악투

by한들 기자
2007.08.15 14:34:36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맞게' 돼 있습니다.

15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서 김병현이 딱 그랬습니다. 1-0으 로 앞선 가운데 경기에 들어간 김병현은 1회 7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 단 한 개만을 잡고, 실책과 볼넷 1개에 집중 4안타로 4실점(3자책), 조기 강판하 며 패전 투수(6패)가 됐습니다.

구원 투수 시절까지 포함해 메이저리그 데뷔 최악 의 피칭이었습니다. 아니 야구를 시작한 이래 기억에도 없는 초유의 수모였습니다 .

또다시 열대성 강우 '스콜'로 35분이나 경기가 지연돼 컨디 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탓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고작 17개만 을 던지고 공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 것은 바로 '앎'의 무서움이었습니다.

플로리다 타자들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동료, 친구들. 석달 동안 14경기나 함께 뛰었습니다. 역시 김병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올시즌 김병현의 피칭 패턴은 초반 86~89마일의 패스트볼 위주로 가볍게 탄착점을 잡아가면서 이닝이 흐를수록 가속도를 붙이고 변화구를 가미시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언더핸드란 낯선 투구폼의 김병현이 낯설기만 한 상대팀 타자들은 가벼운 패스트볼 정면 승부 에 엉거주춤하기 일쑤였습니다. 김병현을 알기 위한 탐색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 다.

그러나 플로리다 타자들은 달랐습니다. 이같은 김병현의 습 성을 훤히 꿰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서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대들 수 있었 던 까닭을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선두타자 헨리 라미레스 가 초구 루킹 스트라이크를 보낸 뒤 거푸 볼 2개를 고르고 87마일 바깥쪽 패스트 볼을 밀어쳐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내리 초구 공격의 연속 이었습니다. 후속 아 데 아자는 초구에 보내기 번트를 댔지만 김병현이 1루에 악 송구, 힘없이 동점을 내줬습니다.

계속된 무사 2루서 미겔 카브레라는 89마일 가운데서 몸쪽으로 무디게 휘어 나가는 패스트볼을 다시 역전 우익 선상 2루타로 날려 보냈습니다. 4번 타자 자쉬 윌링햄이 노린 것도 초구였습 니다. 75마일 바깥쪽 무딘 슬라이더를 다시 추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습니다.

플로리다 타자들이 김병현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냐 하는 것 은 초구 공략 뿐만 아니라 이 대목에서도 여실했습니다. 잡아당기는 게 전매특허 인 3, 4번 타자들이 욕심부리지 않고 모두 방망이 결대로 밀어 쳤던 것입니다.

5번 마이크 제이콥스도 역시 초구(86마일 패스트볼)를 공략 했으나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김병현은 한숨을 돌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김병현의 아킬레스건을 추궁했습니다. 올시즌 도루 7개가 생애 전부이기도 한 윌링햄이 6번 댄 어글라 타석에서 초구에 2루를 훔쳐 김병현의 퀵 모션 틈새를 파고든 것입니다.

김병현은 이후 볼 3개를 거푸 던 졌고, 5구째 다시 슬라이더가 빠졌을 때 윌링햄은 3루까지 여유있게 훔쳤습니다. 김병현은 부처님 손바닥 위에 손오공이었고,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흔들리는 지경에 빠졌습니다.

1사 1, 3루서 만난 타자는 애꿎게도 플로리다서 김병현을 제일 잘 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담포수였던 맷 트레너. 이미 불펜이 가동된 것을 안 김병현은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듯 이날 가장 볼끝이 좋았던 89마일 패스트볼 3개를 거푸 뿌리며 투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4구째 몸쪽 낮은 커브가 또다시 무디게 떨어지며 중전 적시타를 허용, 넉아웃 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 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김병현이나 플로리다 타자 들이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