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월 방 팝니다"…PPL도 콘텐츠된 '호텔 델루나'

by김보영 기자
2019.09.07 09:00:00

인물 성격·상황 적극 활용…'PPL' 맛집 인기
CJ오쇼핑 합병 효과 시너지…기획초기부터 상품개발

지난 1일 종영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등장한 PPL 제품들. (사진=호텔델루나 방송 화면 캡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 1일 종방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매 회 방송될 때마다 ‘PPL(방송간접광고) 맛집’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에서 PPL은 양날의 검과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특정 제품, 맥락과 상관없는 ‘먹방’, ‘쇼핑’ 장면 등 노골적 PPL은 드라마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원성을 사곤 한다. 하지만 통상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간접광고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호텔 델루나’는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이 갖던 PPL에 대한 거부감은 이 드라마에서 소비 욕구로 탈바꿈했다. 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상징적인 액세서리, 극의 흐름과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소품 배치로 PPL마저 하나의 콘텐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통이 본업인 CJ오쇼핑과 케이블 방송사 CJ ENM의 합병이 콘텐츠를 활용한 ‘커머스 사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장만월(아이유 분)의 방은 CJ오쇼핑과 CJ ENM의 합병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사례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장만월의 방 안 침구 전체를 ‘까사리빙’ 침구 세트로 꾸며 콘텐츠로 활용했다. CJ오쇼핑은 이 상품 기획을 ‘호텔 델루나’의 방영 시기에 맞추고자 3개월이나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 오쇼핑 부문 관계자는 “장만월의 방 전체를 팔자는 콘셉트로 상품을 기획한 것”이라며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상품을 끼워 팔기보다는 방송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획에 참여함으로써 극의 맥락에 녹아들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억지스러운 배치로 받을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 보통 드는 비용은 통상 5억~6억원, 해외 촬영이 많을 시 수십억, 수백억원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비의 20~30%를 PPL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해외촬영, 스타 배우 캐스팅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드라마일수록 PPL과 협찬을 많이 받아 제품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광고를 포기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상품을 극에 녹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연구원은 “CJ ENM과 CJ오쇼핑의 합병으로 시청률 추이가 미디어·커머스와 내는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미디어 부문 매출이 지난해보다 15.9%, 커머스 부분이 7.9%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tvN ‘호텔 델루나’ 속 장만월의 방 전체를 ‘까사리빙’ 침구 세트로 꾸몄다. (사진=‘호텔델루나’ 5회 캡쳐)
극 중 인물의 상황과 성격에 PPL을 적절히 녹아들게 한 점도 눈에 띈다. ‘호텔 델루나’는 온라인상에서 시청자들에게 ‘호텔 알볼로’란 별명으로 불린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피자 알볼로’ 매장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극 중 구찬성(여진구 분)의 친구 산체스(조현철 분)가 전 세계에 체인을 보유한 유명 피자회사의 대표로 등장하기에 가능한 설정이었다. 제작진은 이 피자집 브랜드의 이름을 ‘피자 알볼로’로 삼아 PPL과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극 중 장만월이 실제 알볼로에서 판매하는 메뉴인 ‘꿈을피자’를 주문해 먹는 장면도 방송됐다. 이후 이 피자는 ‘호텔 델루나 피자’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알볼로에서는 이에 힘입어 지난 8월 5일부터 드라마 종영일이었던 지난 1일까지 ‘꿈을피자’를 단품으로 주문하면 인기 사이드 메뉴인 치즈볼을 무료 증정하는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극중 돈과 사치를 좋아하는 장만월의 성격도 PPL에 활용할 소재로 적극 승화했다. 드라마에서는 장만월의 사치를 대변하는 요소로 수십대의 자동차들이 주차된 주차장과 다양한 종류의 선글라스, 주얼리들이 등장한다.

장만월의 주차장에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와 함께 재규어 I-PACE, F-TYPE 등 다양한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들이 등장한다. 특히 재규어 대표 모델 XJ의 50주년 에디션 ‘XJ50’은 장만월이 사전예약을 하면서까지 타고 싶어하는 차로 나왔다. 장만월이 호텔 내부 해변가로 나서기 전 각양각색의 선글라스 중 어떤 것을 쓸지 고르는 장면 역시 베디베로의 PPL이었다. 당시 장만월이 착용한 이 브랜드의 핑크 선글라스는 화제가 돼 온라인 구매 문의가 폭주했다. 장만월이 5화에서 착용한 초승달 팬던트의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역시 ‘만월 목걸이’로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서 ‘장만월 목걸이’, ‘장만월 선글라스’ 언박싱 영상들만 수백개 이상 게시됐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