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과 잔류 사이 갈림길에 선 '위기남' 슈틸리케

by이석무 기자
2017.03.31 06:00:00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중동의 ‘복병’ 시리아를 1-0으로 이겼다.

대표팀은 중국 원정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 승점 3점을 따내 A조 2위를 지켰다. 현재 순위대로라면 월드컵 본선 직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설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당시 패배의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축구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후 11월에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 2-1로 이겨 경질설을 잠재웠다.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다. 중국 원정에서 패한 뒤 시리아전까지 잘못됐다면 경질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전 승리로 간신히 생명 연장에 성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이들은 “지금이 감독 교체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다음 경기는 6월 카타르 원정경기다. 약 2달여의 여유가 있다. 대표팀을 리셋하고 새 출발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논리다.

반면 카타르 원정경기 이후에는 감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곧바로 8월 이란과 홈경기, 9월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이예정돼 있기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기력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 2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다.

후임 감독을 물색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하고 있다. 지도력이 검증된 외국인 명장을 데려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싼 몸값은 둘째치고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에 팀을 맡는 것이 감독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다.

국내 감독에게 맡기자니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2016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홍명보 감독이 중도사퇴한 뒤 몇몇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담스럽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의 부진이 과연 슈틸리케 감독만의 책임인가라는 자성론도 뒤따른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시리아전을 마친 뒤 “밖에선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의 전술 문제를 탓하고 있는데, 내가 봤을 땐 전적으로 선수들 문제”라며 “지금처럼 플레이하면 그 어떤 지도자가 와도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팀이 경기력 문제를 보이면 감독만 책임을 지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주 기술위원회를 열어 대표팀 운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4년 9월24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면 한국이 탈락할 때까지 계약기간이 유지되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곧바로 계약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