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와키자카 인터뷰]①다케다 히로미츠 "최수종, 상상하던 이순신 그대로였다"
by이정현 기자
2016.09.28 07:00:00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1592’서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
“이순신, 일본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명장” 설명
최수종과 연기대결에 ‘엄지 척’
 | KBS ‘임진왜란1592’에 출연한 일본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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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작품을 준비하면서 떠올린 이순신 장군,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배우 다케다 히로미츠가 KBS1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1592’에서 최수종과 호흡한 뒤 한 말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이데일리 본사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명배우와 호흡한 것에 감격했다.
지난 8일 방송한 2화 ‘조선의 바다에는 그가 있었다-한산도대첩’ 편에서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연기한 그는 실제로 일본인이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영화에 자주 출연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안방극장에 노크했다. 한국에 온지 10년이 다됐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최고등급을 받을 정도다. 이날 인터뷰는 통역 없이 우리말로 진행했다.
다케다 히로미츠가 연기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랑하는 장수 중 한명이었다. 이순신에 맞서 꺼낸 비장의 카드다. 한산도대첩을 통해 국내에도 인지도가 있는 몇 안되는 왜군 장수다. 육상에서 5만명의 조선군을 1600명의 정예군으로 패퇴시킨 장본인이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이순신과 맞섰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악역으로 그려지는 게 다반사였다. ‘임진왜란1592’ 제작진은 실제 야키자카 야스하루가 어땠느냐를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더 명장이었다는 것을 참고했다. 다케다 히로미츠는 “와키자카도 소문난 장수였지만 이순신이 더 대단한 장군이라 패했다”라며 “와키자카의 후손들이 이순신의 제사를 지낸다는 말이 일본에서 들릴 정도로 임진왜란이 끝난 후 깍듯이 대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임진왜란 1592 한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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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1592’ 속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모습은 비굴하지 않다. 제작진은 다케다 히로미츠에게 “패장임을 염두하지 말고 당당한 모습을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케다 히로미츠 역시 당당하게 연기했다. 이전에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등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혹 이전의 모습을 따라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한산도대첩에서 이순신과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다. 장수 대 장수로 만났기에 실제로 두 사람이 마주한 적은 없었다. ‘임진왜란 1592’에서도 다케다 히로미츠와 최수종이 함께 연기하는 것은 이순신의 꿈속 장면 한 장면뿐이다. 결전을 앞두고 부하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장면이다.
다케다 히로미츠는 “최수종 선배와 마주보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라며 “단 한 신뿐이지만 잊지 못 할 경험이 됐다. 그동안 상상하던 이순신 장군과 똑같았다. 비단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리더십과 카리스마 등이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왜 ‘대조영’과 ‘태조 왕건’ 등 유명한 사극마다 주인공을 도맡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함께 연기한 장면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의 미래와 부하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패배를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위대한 영웅, 신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연민이 있다는 걸 연기로 승화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케다 히로미츠의 설명에 따르면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가장 미워하는 이도, 두려워했던 이도, 좋아하는 이도, 존경하는 이도 이순신이었다고 한다. 그는 “역사적으로 패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하기도 했다”라며 “와키자카를 연기해 보니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더라”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에게 ‘임진왜란1592’ 출연 전 이순신 장군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답은 “당연히 알고있다”다. 그는 “일본 교과서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해군이 이순신 장군에게 졌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입니다. 한국에 와본 일본인이라면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을 누구나 기억하죠. 하지만 일본에서도 전국시대가 아닌 임진왜란 자체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어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일본에 잘 소개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일본인 중에 와키자카를 연기한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 겁니다. 이순신과 작품에서 맞섰다는 것, 저만의 자부심 중 하나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