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긴 추석, "잠시만요! 이 영화 보고 가실게요~"
by최은영 기자
2013.09.18 08:00:00
추석 영화..사극·코미디·애니메이션·예술영화까지 '풍성'
'관상'-'스파이' 2파전 예상···배우들 커플열전 매력만점
|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코미디부터 사극, 판타지, 애니메이션에 예술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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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그야말로 황금연휴다. 올 추석 연휴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이지만, 이후 주말까지 합치면 5일을 쉴 수 있다. 다시 없을 대목. 극장가는 예년보다 일찍 좌판을 깔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사극부터 코미디, 판타지, 애니메이션에 예술영화까지. 가을 들녘, 알알이 무르익은 오곡백과만큼이나 풍요롭다. 그중에서도 특히 배우들의 ‘커플 연기’가 돋보인다. ‘설경구-문소리’ ‘이정재-김혜수’ ‘이선균-정유미’ 등 검증된 커플부터 ‘제이미 캠벨 바우어-릴리 콜린스’ 실제 연인 커플, ‘마이크-설리반’ 등 애니메이션 커플까지.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보는 재미도 크다.
추석에는 역시 한국영화다. 크게는 2파전. ‘충무로의 양대산맥’ 설경구와 송강호가 ‘추석’에 어울리는 코미디와 사극으로 맞붙는다.
돌풍이 예상되는 작품은 역시 ‘관상’이다. 송강호를 필두로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에 이종석까지. 극강의 배우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때깔도 고급스럽다. 조선 시대 계유정난(癸酉靖難)을 관상가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송강호와 조정석이 ‘드라마’를 이끌고, ‘도둑들’ 1000만 신화의 주역인 이정재와 김혜수가 ‘스타일’을 책임진다. 다만, 영화 후반부 급격히 떨어지는 ‘뒷심’은 옥에 티다.
이에 대적하는 ‘스파이’는 초반 기세는 ‘관상’만 못해도 추석영화로는 최고로 꼽힌다. 대한민국 최고의 비밀요원(설경구 분)이 국가의 운명이 걸린 초특급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마누라(문소리 분)가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문소리의 열연에 힘입어 추석 전 이미 180만 관객을 모았다. 특히 문소리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이다. 명절이 괴로운 며느리라면 시댁 식구들과 ‘스파이’를 볼 것을 권한다. ‘시월드’의 고충을 은근슬쩍 드러내기에 좋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온 가족이 추석 명절 웃으며 보기에 그만이다.
|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와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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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끼리 극장을 찾는다면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와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가 어떨까?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지난 2010년 개봉한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후속편으로 반은 인간, 반은 신인 데미갓의 모험을 그렸다. 같은 판타지 모험극이라고 ‘해리포터’를 떠올린다면 그보다는 못한 완성도에 실망할지 모르겠다.
장르가 같은 판타지라도 연인 사이라면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가 좀 더 어울린다. 이 영화를 짧게 줄여 소개한다면 ‘트와일라잇’류의 로맨스 판타지. 악마를 사냥하는 섀도우 헌터들의 이야기에 가슴 뛰는 로맨스를 녹였다. ‘트와일라잇’처럼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이 영화의 남녀주연 제이미 캠벨 바우어와 릴리 콜린스 역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 영화를 촬영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늑대인간에 뱀파이어, 좀비 등이 떼로 출연한다. 특히 ‘꽃미남’ 쉐도우 헌터 제이미 캠벨 바우어의 야성적인 매력은 소녀 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하다.
애니메이션 역시 풍년이다. 스케일이 다른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몬스터대학교’와 ‘슈퍼배드2’가 그것. ‘몬스터대학교’는 무려 12년 만에 선보여진 ‘몬스터 주식회사’의 속편으로 주인공 마이크와 설리반의 이전 이야기, 대학 시절 에피소드를 그렸다. ‘슈퍼배드’의 속편 ‘슈퍼배드2’는 전편에서 마고, 에디스, 아그네스 세 딸을 입양해 ‘아빠’가 된 그루가 비밀요원으로 변신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 ‘딸 바보’ 그루와 엉뚱한 매력의 비밀요원 루시의 로맨스가 새롭게 추가됐다.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전편에 이어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 두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건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다. ‘몬스터대학교’의 귀여운 스퀴시, 푸근한 매력의 돈 칼튼. ‘슈퍼배드2’는 막강 ‘귀요미들’ 미니언이 관객을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제작사 간 자존심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몬스터대학교’는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에 ‘슈퍼배드2’는 ‘슈퍼배드’ 시리즈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선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작품. 지난여름 북미 개봉 당시에는 ‘슈퍼배드2’가 ‘몬스터대학교’를 누르고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 ‘우리 선희’ ‘뫼비우스’ ‘천안함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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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 ‘우리 선희’와 개봉 전 등급 심의 문제로 논란이 됐던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개봉 이후까지 상영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제작 정지영, 감독 백승우)까지. 마니아들이 환호할만한 유명 감독의 예술영화도 있다.
세 작품 모두 감독 저마다의 색깔이 확실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홍상수 감독은 ‘우리 선희’에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그만의 놀라운 재주를 다시 보여준다. 한 여자를 바라보는 세 남자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가볍게 낄낄 웃다가도 조용히 사색하게 한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만 출연하면 유독 매력이 빛나는 정유미가 여주인공 선희 역을, ‘자타공인 홍상수 사단’ 이선균·김상중에 ‘새 얼굴’ 정재영이 선희를 아끼를 세 남자로 출연했다. 전작인 ‘다른 나라에서’가 시적이라면, ‘우리 선희’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