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17년차' 재희 "아직은 녹슬지 않았다"(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2.12.29 06:00:00
4년만에 지상파 복귀
주변 우려 씻고 건재 과시
결혼 후 안정감 얻어
| 재희는 ‘메이퀸’에서 사랑도 명예도 버리고 복수를 위해 야망을 좇는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사진=MBC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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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나태해질 뻔한 자신을 깨우쳐준 작품이죠.” 23일 종방한 ‘메이퀸’ 이야기다. 재희는 올해로 데뷔 17년차를 맞았다. 연차로는 중견배우(?)에 가깝다. 연기가 익숙해져버린 지 오래. 기계처럼 연기하는 자신이 불편할 때쯤 ‘메이퀸’을 만났다.
“결과(시청률)를 떠나서요. 배우 재희에게는 성공적인 작품이었어요. 처음에는 작품을 받고서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잘한 것 같아요.” 한 시름을 놓은 얼굴이다. 환히 웃는 얼굴에는 작품을 무사히 마쳐낸 만족감이 묻어났다.
‘메이퀸’은 마지막회에서 26.4%의 최고시청률을 찍었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여인이 온갖 고난과 시련을 딛고 성공하는 현대판 캔디의 이야기. 타이틀롤인 한지혜의 활약이 부각될 수 있었지만 재희는 선에서 악으로 돌변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안방극장에서 창희(배역)처럼 개성 강한 인물을 연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드라마는 제작 여건 상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대표작인 ‘쾌걸춘향’(2005)을 비롯해 ‘마녀유희’(2007) ‘아빠 셋 엄마 하나’(2008) 등에서 평면적인 인물들을 선호해온 이유다.
하지만 ‘메이퀸’은 달랐다. 제대 후 첫 지상파 드라마.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결과가 나빴다. 그에는 ‘메이퀸’은 시험대였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재희가 이젠 녹슬지 않았을까 라는. ‘메이퀸’은 그런 우려를 씻어줬죠.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고민하게 됐고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 드라마 중반까지 멜로 라인을 이어간 재희(왼쪽)와 한지혜(사진=MBC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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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은 재희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게 했다. 영화 ‘빈집’(2004)도 그랬다. 재희는 ‘빈집’에 출연하며 비로소 연기 맛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어요. ‘빈집’은 공부를 많이 하게 했죠. 대중은 재희의 대표작으로 ‘쾌걸춘향’이 꼽지만 ‘빈집’을 안 했다면 ‘쾌걸춘향’의 결과는 달랐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님은 제게 은인이나 다름없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재희는 여유가 넘쳤다. 성격 때문이기도, 작품이 잘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든든한 가정이 생긴 것도 한 몫 했을 터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일 때 그가 비공개 결혼을 했고 돌 지난 아들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드라마가 끝나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개인적인 일로 작품에 폐를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숨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떳떳했고 기사가 났을 때에도 당황하거나 아무렇지 않았어요.”
가정이 생기고 재희는 안정을 얻었다. 결혼 전과 후가 달라졌다고 했다. “배우들은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잖아요. 작품이 끝났을 때 혹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때. 가정이 생기니까 그런 걸 느끼지 않게 됐어요. 날 붙잡아준다는 느낌이랄까. 편안하고 안정되고. 이래서 결혼을 하나 봐요.”
돌 지난 아들은 재희를 닮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을 닮았다며 “열심히 일 해야죠”라며 영락없는 ‘아들바보’ 아빠의 표정을 지었다.
재희는 내년에는 더 많은 작품으로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메이퀸’의 성공으로 벌써 다음 작품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조금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게요. 그리고 하루빨리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뵈려고요.”
| “창희는 악인처럼 행세했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거였어요. 힘들어하면서도 욕먹는 길을 스스로 걸어간 불쌍한 인물이었죠. 그 점에 끌렸어요.”(사진=MBC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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