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성열 "속상해 할 틈 없다, 재활에만 올인"

by박은별 기자
2012.02.10 09:28:37

▲ 슬라이딩 연습을 하고 있는 두산 이성열.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속상해 할 틈도 없다. 재활에만 올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불편했던 적이 있었을까. 몸상태를 최고조로 끌어 올려도 모자를 시간이지만 부상으로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두산 이성열의 얘기다.

그는 지난 1일 동료들보다 먼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차 애리조나 캠프 종료를 20여일 앞두고서다. 허벅지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훈련을 소화하기 힘든 상태였다.

그는 "내 부주의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훈련하다보니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처음 아팠을 때는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걷는 것은 물론이고 잠자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한국에 올 때쯤 해서 통증이 조금씩 가라 앉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하며 어느 누구보다 몸 만들기에 열심이었던 그다. 목소리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다행인 건 큰 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한 근육 염증이다. 병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 귀국 다음 날인 2일부터는 바로 재활에 들어갔다. 2군 선수들과 함께 이천을 오가며 다시 몸을 만들고 있다. 이번 주까지는 치료와 재활에만 전념한 뒤 다음 주부터는 기술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사실 마음 놓고(?) 아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주전 경쟁이 한창인 요즘이다. 외야 세 자리 가운데 이종욱과 김현수가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정수빈, 임재철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훈련할 시간도 부족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속이 상한게 당연한 일, 하지만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그는 "시즌 중 다치는 것보다 낫다. 시즌 하루 이틀 전에 다쳤다면 더 힘들었을텐데. 이번 일을 계기로 몸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많은 걸 배웠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더 조급해지면 안된다.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재활에 전념하겠다. 그래야 경쟁도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 오는 건 쉬웠는데 한국에서 일본 들어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부상도 올 시즌 좋은 일이 있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