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4언절구] 유지훤 코치의 '선풍기의 바람'

by정철우 기자
2007.10.11 11:49:09

사진=한화이글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그냥 묻혀버렸던 장면 하나. 삼성이 1-0으로 앞서 있던 4회 1사 1,2루서 진갑용의 중전 안타 때 2루 주자 김재걸은 홈으로 파고들지 않고 3루에 멈춰섰다.

유중일 3루 베이스 코치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삼성이 결국 그 찬스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혹 삼성이 패하기라도 했다면 두고 두고 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었다.

3루 베이스 코치는 외롭다. 곧바로 득점과 연결되는 상황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홈에서 사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아웃되면 모든 화살이 3루 베이스 코치에게 쏠리곤 한다.

유지훤 한화 수석 코치 겸 주루코치는 올해로 18년째 3루 베이스 옆을 지키고 있다. 이젠 도가 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떨린다"고 말한다. 특히나 패배는 곧 끝을 의미하는 단기전 승부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 코치는 3루 베이스 코치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한 10년 하고 나니 그때부터 조금 감이 왔다. 경험이 많지 않을 땐 나도 같이 흥분이 됐다. 주자가 달려오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분위기에 휩쓸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조금 상황을 읽는 눈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3루 베이스 코치는 감독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유 코치의 말처럼 떨리는 심장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루 베이스 코치 중에는 감독과 오랜 세월을 같이 했거나 감독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래리 보와 코치는 필라델피아 감독 출신이며 요미우리 3루 코치 이하라는 오릭스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둘 모두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을잔치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물론 3루 베이스 코치 판단의 옳고 그름 역시 빠지지 않는 뒷담화 거리가 될 것이다.

유 코치는 "포스트시즌도 평소처럼 하자... 고 마음 먹고 나와도 막상 유니폼을 입으면 그때부터 다시 떨린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 셈이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순 없겠지만 야구의 주연급 조연인 모든 3루 베이스코치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기도해 본다.



득점으로 이어지는
맨마지막 3루관문
서고감을 결정하는
막중책임 지고 있네

잘한것은 잊혀져도
실패담은 영원하니
고장이난 선풍기라
놀림감이 되곤하네

매순간이 결승전인
마약같은 가을잔치
고장없이 씽씽돌아
케이에스 제품되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