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타격폼 변화와 그 의미

by정철우 기자
2007.05.22 10:56:33

▲ 이승엽 [뉴시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국민 타자' 이승엽(31.요미우리)의 오른 다리가 화제다. 타격폼을 바꾸며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 17일 요코하마전부터 오른 다리를 지면에서 크게 떼지 않은 채 타격하고 있다. 이후 홈런포가 재가동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4경기서 5할의 타율(14타수7안타)과 2개의 홈런,그리고 4타점을 쓸어담았다.

그렇다고 오른 다리를 끌어올렸다 내려놓으며 타격하는 외다리타법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이승엽은 지난해 주로 외다리 타법을 쓰면서 41개의 홈런과 106타점을 기록하며 요미우리 4번타자로서 몫을 다해냈다.

다리를 들고 내리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또 각 폼별로는 어떤 효과와 단점이 있는 것일까.

이승엽이 잠시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편의상 분류하자면)지면 타법을 택한 것은 타이밍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외다리 타법은 힘을 싣기는 좋지만 투수의 타이밍 싸움에서 혼란을 겪기 좋은 폼이다.

쉽게 말해서 언제 다리를 들어야 할지 헷갈리기 좋다는 뜻이다. 다리를 들어놓고 준비가 이미 끝났는데 투수의 공이 날아오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0.3초 이내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순간의 공백 탓에 제대로 공을 맞히기 어려워진다.

외다리 타법을 쓰는 타자들이 슬럼프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해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모든 투수와의 대결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면 타법은 타이밍을 잡기 용이하다. 투수의 폼에 맞춰 스윙을 시작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확성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반면 파워가 줄어드는 단점은 있다. 이승엽은 발을 올리건 내리건 중심을 뒤에 모았다가 앞으로 나가는 스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나가다 임팩트 순간,중심을 가운데에 두고 허리 회전을 이용해 타격을 한다. 힘을 모으는 부분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외다리 타법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른 장점으로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핵심은 타격 준비 자세에서 팔의 위치다. 이승엽은 왼 팔꿈치를 높이 든 채 타격 준비를 하고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팔꿈치가 많이 내려왔다는 평가가 있었다.

팔꿈치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공의 밑 부분으로 다운 스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승엽은 공을 세게 치는 것 보다는 공 중심의 2~3cm정도 밑을 때려 회전력을 높여 비거리를 늘리는 스타일이다. 21일 현재 홈런 1위(12개)를 달리고 있는 삼성 양준혁도 올시즌부터 '이승엽식'을 차용해 거포 본색을 되찾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런 스타일의 효과를 배가시키려면 팔꿈치를 끌어올리는 준비자세가 필수적이다. 이승엽이 힘을 덜 받는 지면타법으로도 150m짜리 대형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앞으로 지면 타법을 계속 고집하게 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아무래도 그의 몸에 가장 익숙한 폼은 외다리 타법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9년간 뛰었던 한국 프로야구 전력분석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전력분석 요원은 "이승엽은 한국에 있을 때도 오른 다리에 많은 변화를 줬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하면 다리를 드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이 일본 무대에서 자신감을 되찾게 된 2005년으로 되돌아가 보자. 이승엽은 5월 이후 교류전을 통해 홈런포가 펑펑 터지자 다시 외다리 타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약 두달 가량 뒤 타율이 2할대 중반까지 떨어지자 다시 다리를 내렸고,아쉬운대로 2할6푼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이승엽은 외다리 타법으로 큰 성과를 거둔 지난해에도 한신 좌완 시모야나기 등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몇몇 특정 투수를 상대로는 지면 타법을 이용해 어려움을 헤쳐나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