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새 역사 쓴 수원-서울 라이벌전, 수원 1-0 승리

by김삼우 기자
2007.04.09 08:23:28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원 삼성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길게 드러 누웠다. 그리고 하나 둘 일어선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마치 격렬했던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고 정상에 오른 선수들 같았다.

수원이 8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삼성 하우젠 프로축구 정규리그 5라운드에서 전반 17분 터진 루키 하태균의 결승골로 FC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수원은 지난 달 21일 컵 대회에서 FC 서울에 당한 1-4 대패의 수모를 되갚은 것은 물론, 최근 3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반면 올 시즌 컵대회 포함, 7경기 연속 무패행진(6승1무)을 벌이던 FC 서울은 시즌 첫 패를 안았다.



한국 프로축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명승부였다.

프로축구 사상 최다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선수들은 끝까지 혈전을 벌이며 라이벌전의 진수를 보여 줬다.

이날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무려 5만5,397명의 관중이 몰려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주영 신드롬이 한창이던 2005년 7월 역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수립된 4만8,375명(FC 서울-포항전)이었다. 6만7,000여 석 규모의 상암 경기장은 이날 A 매치 때를 방불케 할 만큼 관중으로 메워져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구름 관중의 성원에 보답했고, 양 팀 사령탑 또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용병술을 펼치며 흥미를 더했다. 프로축구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차범근 수원 감독, 귀네슈 FC 서울 감독의 머리싸움도 치열했다.

차 감독은 지난 4일 컵 대회에서 광주에 패한 뒤 FC 서울전에서는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겠다고 예고했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날 수원의 수비라인은 변함없이 포백이었다. 선수만 달랐다. 오른쪽 윙백에 조원희 대신 송종국이 들어갔다. 차 감독은 “스리백을 구상하긴 했지만 선수 자원과 우리 플레이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포백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또 빨리 실전 감각을 되찾도록 선발로 투입하며 배려했던 안정환 대신 컨디션이 좋은 하태균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지금은 배려보다는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각오였다. 전체적으로는 지난 달 21일 컵 대회 때 나섰던 선발 멤버 가운데 7명의 얼굴이 바뀌어 있었다.

귀네슈 감독의 용병도 볼만했다. 기성용, 김동석 등 신예들로 이민성(부상)의 공백을 메우게 한 그는 0-1로 뒤진 후반 그의 전매특허인 공격축구에 대한 의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프타임때 공격형 미드필더 히칼도를 넣어 공격력을 강화한 뒤 후반 21분 두두, 34분 심우연 등 가용한 공격자원을 모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 와중에 이을용은 왼쪽 날개-수비형 미드필더-풀백 등으로 포지션을 바꾸며 팀을 조율했다.

▲ 하태균 (사진=수원삼성)


현대 축구의 성패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갈라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수원은 경기 초반 이관우와 김남일이 중원을 장악, 승리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김남일은 ‘진공청소기’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서울 공격라인을 쓸어 버렸다. 김동석, 기성용 등 서울의 젊은 미드필더들이 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이 한껏 페이스를 올리던 후반 초반에는 고비마다 거칠고 집요한 마킹과 교묘한 반칙성 플레이로 상대의 템포를 끊어 버렸다. 평소 김남일과 절친한 FC 서울의 백전노장 이을용까지 그의 플레이에 말려 평정심을 잃을 정도였다.

광주전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일하게 칭찬을 보냈던 신인 하태균은 전반 17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승골을 터뜨려 수원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차 감독은 “좋은 면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것”이라며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