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PGA 꿈 이룬 재미교포 김찬, 멕시코에서 첫 우승 도전

by주영로 기자
2024.02.25 11:29:02

PGA 멕시코 오픈 3R까지 공동 3위
2010년 프로 전향 올해 PGA 입성
일본, 유럽, 아시아 돌며 14년 만에 PGA 진출
3개 대회 출전 두 차례 컷 탈락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성적 기대

재미교포 골프선수 김찬.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루키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실력뿐이다.

올해는 더욱 힘든 관문을 뚫어야 탄탄한 활동을 보장받는다. PGA 투어가 특급 선수들만을 위해 시그니처 대회를 신설한 뒤로 루키가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재미교포 김찬은 돌고 돌아 프로가 된지 14년 만에 PGA 투어 입성의 꿈을 이뤘다.

199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김찬은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하와이로 이주했다. 12세 때 아버지(김낙중 씨)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골프를 좋아하게 됐고, 부모는 더 나은 환경에서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로 이사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또래보다 늘 앞서 갔다. 고교 졸업 당시에는 미국주니어골프연맹(AJGA) 랭킹 4위까지 올랐다. 188cm의 큰 키에도 유연한 스윙으로 300야드 이상 보내는 장타력을 갖췄다.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한 김찬은 2학년 때 프로로 전향했다. 그때부터 PGA 투어 입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캐나다투어에서 프로 활동을 시작한 김찬은 유럽과 일본, 아시아투어에서 활동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PGA 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유독 김찬에게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21년에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차지하며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고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PGA 투어 입성에 도전한 김찬은 지난해 콘페리 투어 포인트 순위 2위에 올라 마침내 꿈을 이뤘다. 프로 데뷔 14년 만이다.

긴 시간 도전 끝에 꿈을 이뤘으나 갈 길은 멀다. 이번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 125위 안에 들어야 내년 출전권을 보장받는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벽이 높았다. 정식 데뷔 이전에도 PGA 투어 대회에 여러 번 출전해 경험을 쌓았으나 경쟁은 더 치열했다.

1월 소니오픈에서 정식 데뷔전을 치른 김찬은 컷 탈락했다. 하와이는 김찬이 어려서 살았던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서 많은 관심도 쏟아졌다. 그러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공동 13위에 올랐으나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선 다시 컷탈락하면서 페덱스컵 포인트 93위에 머물렀다. 현재 순위라면 출전권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탄탄한 활동을 위해선 시그니처 대회와 메이저 대회 같은 특급 대회에는 나갈 수 없어 안심할 수 없다.

PGA 투어의 루키는 정상급 선수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한다. 그 중 하나가 대회 출전이다. 출전 순위에서 밀려 특급 선수가 많이 참가하는 대회엔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렵다. 총상금 2000만달러 이상의 시그니처 대회는 70~80명만 나가고, 메이저 대회는 세계랭킹과 PGA 투어 우승자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출전 기회를 잡는다. 루키가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선 오로지 실력으로 경쟁을 뚫는 방법밖에는 없다.

김찬이 반등의 기회를 만들었다.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코스(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달러)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3위에 올랐다.

중간합계 12언더파 201타를 기록한 김찬은 선두 제이크 냅(미국)과는 7타 차로 벌어져 역전 우승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의 순위를 유지하면 페덱스컵 포인트를 53위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그니전트 클래식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거두면 2개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5명에게 주는 시그니처 대회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의 출전권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