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나얼·유인촌도 관람?…이승만 다큐 '건국전쟁'이 뭐길래
by김보영 기자
2024.02.13 08:34:26
12일 8만 넘게 동원→누적 32만…일일 최다 동원
'도그데이즈' 등 신작 제쳐…한동훈 등 여권 관람 열풍
나얼, 관람 후기 추정글 올렸다가 비난도
공·과 구분→인정할 건 해야…과 덮을 수 없단 지적도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생애와 국제, 정치적 업적 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 심상치 않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건국전쟁’을 관람하는가 하면, 가수 나얼이 ‘건국전쟁’의 관람 후기로 추정되는 게시글을 SNS에 남겨 눈길을 끌었다. 적극적 관람 움직임에 힘입어 지난 설 연휴 동안 ‘건국전쟁’을 관람한 관객 수가 급증하는 현상도 포착됐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2일 하루동안 8만 8475명을 동원했다. 이는 개봉 이후 일일 동원한 최대 관객수다. ‘건국전쟁’은 ‘웡카’, ‘시민덕희’에 이어 연휴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3위를 지켰다. 설 연휴를 겨냥해 지난 7일 개봉한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 등 한국 신작들과 같은 시기 개봉한 외화 신작 ‘아가일’을 모두 제친 성적표다. 누적 관객 수는 32만 9950명이다. 지난 1일 개봉 이후 2주도 채 안 돼 누적 30만을 돌파한 것.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인 흥행세다. 쟁쟁한 신작들 속에서 예매율도 5위를 달리고 있다.
‘건국전쟁’은 여권 등 보수진영 정치인과 지지세력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관람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실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흥행 신드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건국전쟁’의 관람 사실을 잇달아 인증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비대위원장실 관계자들과 ‘건국전쟁’을 관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건국전쟁’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덕영 감독은 13일 자신의 SNS에 “유인촌 장관께서 어제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셨다”며 “‘건국전쟁’ 보기 릴레이가 대한민국 국무위원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화감독 입장에선 진심으로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국내외 연구자들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그간 일부에 의해 독재자, 기회주의자로 폄훼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 재평가해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 김덕영 감독이 약 3년에 걸쳐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그의 주변 인물들, 국내외 정치 역사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영화는 제도 교육이 알려주지 못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숨겨진 업적과 노고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특히 김 감독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직접 입수해 1954년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이 영화에서 최초 공개돼 눈길을 끈다.
김덕영 감독은 ‘건국전쟁’을 제작한 이유로 “독재자, 부정선거의 주역 같은 왜곡된 오명이 벗겨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식 의원, 박수영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관람을 독려 중이다. 김영식 의원은 “‘건국전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체제 정통성과 헌법정신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고 굳건한 안보 하에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확인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후기를 남겼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라면 외눈박이 역사관에 매몰되지 말고 이승만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수 나얼은 전날 밤 ‘건국전쟁’의 포스터와 함께 영화 관람 후기로 추정되는 게시글을 게시했다가 일부 야권 성향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화를 향한 갑론을박과 함께 실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이어진다. CGV가 실관람객들의 반응을 종합해 만든 지표인 CGV에그지수도 93%(만점 100%)로 상위권이다.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료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알 수 있는 너무 좋은 영화” 등 호평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이 전 대통령의 몰랐던 업적과 건국 1세대의 노고를 알 수 있어서 유익했지만, 비판적 시각도 함께 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반응도 나온다. 또 “아무리 공이 크다 한들 그 공이 과들을 덮을 순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건국전쟁’은 지난 1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