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레볼루션]대담① 시장 점유율 1%…'성인가요' 명칭도 문제
by김미경 기자
2017.11.10 06:00:00
전문가 대담, 트로트 부활 어떻게
TV프로그램 부족이 가장 큰 문제
KBS 빼면 트로트 방송 아예 없어
신인 발굴·육성·제작 시스템 부족
검증없는 음원 발매에 시장 외면도
이데일리 '트로트 레볼루션' 기대
제작자·가수 고충도 들어줬으면…
[이데일리 스타in 진행=김은구 기자·정리=김미경 기자] 현재 트로트계의 전망은 극단적이다. 고사직전이라는 우려와 함께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장윤정·박현빈·홍진영 이후 시장을 이끌만한 차세대 트로트 스타의 부재가 지속되는 데다, 발매되는 신곡들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명 행사용 ‘뽕짝’으로 전락한 채 명맥만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그나마 일각에서는 반전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최근 20~30대 젊은 가수들이 잇따라 트로트로 전향하는가 하면, 젊은 제작자들도 트로트 제작에 뛰어들면서다. 대형 소속사와 TV 위주로 재편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해진 활동루트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채널을 통해 부족한 무대의 한계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이 침체된 국내 트로트 음악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까. 트로트의 부활은 과연 가능한가. 일본의 엔카, 이탈리의 칸초네처럼 한국하면 트로트라고 불릴만한 비책은 있나. 가수인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 작곡가인 김지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오창윤 멜론 제휴팀장이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 본사를 찾아 ‘전통가요’라고 불리는 트로트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 방향에 대한 비전,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대담은 문화레저산업부 김은구 기자의 사회로 2시간여 동안 진행했다.
-전통가요 시장을 진단한다면 어떤 상황인가.
△오창윤 멜론 제휴팀장(이하 오창윤)=모든 음악 감상자를 대변할 순 없지만 멜론 데이터를 토대로 보면 현재 멜론 음악을 듣는 26% 정도가 트로트를 1번이라도 들어본 경험이 있다. 다만 전체 음악 소비 비중에서 보면 1%에 불과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의외로 20~30대의 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20대가 가장 높고 이어 30대, 60대, 40대 순이다. 트로트를 듣는 시장의 저변은 어느 정도 있으나 아이돌그룹 음악처럼 선호도가 뚜렷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경음악 BGM처럼 운전할 때 틀어놓는 방식이 많다. 그래도 전체 음악 감상을 놓고 보면 절대 작은 시장은 아니다.
-젊은 층이 충분히 트로트 음원 사용자로서 의미가 있다는 얘기인가.
△오창윤=그렇다. 예를 들어 전통가요 시장 내 아티스트들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SNS나 TV, 스크린 등에 자주 노출된다면 호감도를 높이고 음악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전체 가요시장에서 트로트가수 비중은?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이하 김흥국)=대한가수협회를 맡은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2017년 기준 전체 회원 수가 4430여명으로 많이 늘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중장년 가수와 아이돌 비율이 대략 7대 3꼴이다. 가수들의 트로트 전향 움직임도 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이들이 활동할 수 있고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저변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하는 트로트 장르의 활성화가 상당히 시급하다고 본다.
△김지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이하 김지환)=가수의 수가 늘었다는 것은 트로트 시장이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과거에는 트로트 가수도 아이돌처럼 발굴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격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판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올바른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신인 발굴부터 연습과정까지 체계를 잡을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요구에 따라 한 달 안에 판이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방송매체에서도 등을 돌리는 일이 종종 있다. 주변에선 ‘정통성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통성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측면에서 용어정리도 필요한 것 같다. 트로트 가 전통가요 혹은 성인가요라고도 불린다.
△김흥국=주변에서도 성인가요는 뭐고, 전통가요 또 트로트는 뭐냐고 많이 묻는다. 일본에 엔카가 있듯 대한민국에는 트로트가 있다고 정해준다면 활성화 측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성인가요라는 표현은 가수와 향유 계층의 나이대를 구분하는 듯해 대중의 반감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음악 사이트를 보면 장르별 구분을 한다. 멜론은 성인가요/트로트/전통가요 등 구분의 개념이 명확한가.
△오창윤=멜론의 경우 대분류가 트로트로 되어 있다. 하위 콘텐츠에 가면 간혹 성인가요라고 기재가 되어 있는데 트로트 장르에 속하지만 아티스트들의 요구나 가수 설명시 성인가요로 기입된 경우가 있다. 완전히 트로트로 통일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김흥국=‘눈물젖은 두만강’ ‘여자의 일생’ 등 대선배들이 불렀던 노래는 전통가요로 불리는 게 맞지 싶다. 트로트는 드럼으로 ‘쿵짝 쿵짝’하는 리듬의 한 종류다. 일본말로 ‘도롯또’라고 불린 게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음악평론가나 관계자들의 용어정리 필요성을 느낀다.
△김지환=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불리는 방식도 다양해진 것 같다. 댄스와 트로트가 섞이는 경우도 있고 가수가 불려지고 싶은 대로 기사화되다보니 여러 명칭이 등장했다는 게 추측이다. 중장년층들이 듣고 자란 곡이 대체적으로 느린 곡의 전통가요였다면 시대가 바뀌고, 음악이 재생산되다보니 트로트의 방향도 변한 것 같더라. 요즘은 또 밝은 걸 원하니까 추세에 맞춰 트로트 리듬도 빨라지는 것 같다.
|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열린 ‘트로트 레볼루션-흥나는 성인가요’ 대담에서 김지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 오창윤 멜론 제휴팀장(왼쪽부터) 등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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