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바둑 한 판.."'신의 한 수'가 있다면 그건.."(인터뷰)

by최은영 기자
2014.07.08 08:09:47

정우성은 ‘신의 한 수’를 둘 수 있다면 ‘오늘’에 쓰겠다고 했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지나온 삶을 의미있게 한다”는 삶의 철학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남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세월이 흘러도 그 매력이 한결같을 수 있는 사람은. 배우 정우성(41)에게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는 조금은 특별한 작품이 될 것 같다. 한결같은 외모에 더욱 수려해진 액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까지. 영화 한 편으로 똑똑히 확인시켜줬다.

1년 전 선보인 ‘감시자들’이 몸풀기였다면, 그에 앞서 선택한 ‘신의 한 수’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우성의 또 다른 20년을 기대하게 하는 ‘신의 한 수’ 같은 작품이다.

‘신의 한 수’는 정적인 스포츠인 바둑에 동적인 액션을 결합한 영화다. 바둑밖에 모르던 프로 바둑기사 태석은 형의 복수를 위해 핏빛 싸움터에 나선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그는 ‘백돌’ 고수였다. 정우성의 ‘오늘’을 최근 그가 스크린에 펼쳐낸 바둑판의 용어로 풀어봤다.



‘신의 한 수’는 배우 정우성이 연기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을 때 선택한 작품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의도치 않게 생긴 6년여의 공백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키웠다. ‘호우시절’, ‘검우강호’ 등에 출연했지만, 한국영화가 아니었다. 정우성은 “때마침 한국영화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새로운 후배들도 생겨나면서 그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크린 복귀작은 ‘관객이 원하면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 기준으로 선택한 작품이 액션 영화 ‘신의 한 수’다. 정우성은 17대1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원조(‘비트’)이자 ‘무사’ ‘감시자들’ 등 액션영화 다수에서 활약한 자타공인 액션의 대가다. 긴 팔과 긴 다리를 십분 활용한 액션은 강인함을 넘어 유려한 느낌까지 안긴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젊은 시절 정우성이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면, 현재의 정우성은 아주 잘 무르익어서 부드럽게 튀어 오르는 공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 살수(이범수 분)에게 여러 차례 빠른 속도로 칼침을 놓는 장면이 그 어떤 효과도 가미되지 않은 실사라면? 그의 선택은 옳았다.

고수에겐 삶이 놀이터이고 하수에게 삶은 생지옥이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주님(안성기 분)이 하는 대사다. 그에게 인생은 놀이터일까, 생지옥일까.

“어릴 때부터 쭉 고수였다. 어려움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삶이 괴로워진다. 부정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 하지 않고, ‘우리 아버지가 못사는 거구나. 내가 못사는 게 아니라’ 식으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늘 마음이 편했다.”



물리고 싶은 한 수, 패착이라 느낀 순간 역시 없었다고 했다. 모든 한 수가 ‘행마(行馬·세력을 펴서 돌을 놓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신의 한 수’는 놀랍게도 개봉 첫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소감을 묻자 “‘트랜스포머’가 자멸한 것”이라는 냉철한 답변이 돌아왔다.

오는 10일에는 ‘혹성탈출: 사라진 시대’의 변칙 개봉으로 또 한 편의 거대한 작품을 상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영화의 힘으로 잘 이겨내겠다”라고 했다.

정우성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신의 한 수’는 첫 돌을 놓은 것에 불과하다. 올가을 치정 멜로 ‘마담 뺑덕’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는 배우 김하늘과 멜로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찍고 있다. 정우성은 “출연을 거의 확정한 또 다른 영화도 있다”고 했다.

“요즘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체력은 20~30대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젊을 때 미친 듯이 안 해서 에너지가 많이 남았나 보다.(웃음) 앞으로는 여유 부리지 않겠다. 레이스가 다시 시작됐으니 내달려야 하지 않겠나.”

요즘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인생에도 ‘신의 한 수’가 있다면 어느 시기에 쓸 것인가다. 그의 대답은 ‘오늘’이었다. “오늘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하느냐가 지금까지의 삶을 의미있게 하고, 앞으로도 삶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정우성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달력을 선물로 건넸다. 달력 표지에는 친필로 이렇게 적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2014년 7월4일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