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사재기' 연예계 신종플루 요지경
by최은영 기자
2009.11.13 09:08:13
| ▲일곱살 어린 아들을 신종플루로 잃은 배우 이광기, 신종플루에 감염돼 완치 혹은 치료를 받고 있는 스타들. 김현중, 정종철, 이승기(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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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연예계가 신종플루 공포에 떨고 있다. 인기 가수들이 잇따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내 별탈 없이 회복해 우려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일 탤런트 이광기의 어린 아들이 신종플루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신종플루가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병으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광기의 금지옥엽 막내아들 석규 군은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었고, 사망 후 신종플루 감염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충격을 안겼다.
연예인 가족의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은 처음 있는 일로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 가족의 참척은 온국민을 충격과 도탄에 빠트렸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 또한 극에 달했다. 이광기 가족의 슬픔을 지척에서 바라본 동료 연예인들과 주변 관계자들의 그것은 더했다.
이후에도 개그맨 정종철, 가수 이승기, 조우종 KBS 아나운서 등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신종플루에 의한 공포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이광기 아들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은 일부 연예인들과 관계자들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속 연예인이 감기 증상을 보여 신종플루가 의심돼 병원에 갔더니 난민수용소가 따로 없더라"며 "이광기씨 아들 사망 충격에 '12월 말이면 치료제가 바닥이 난다' 등의 근거 없는 괴담까지 더해져 공포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일부에선 만약에 대비해 타미플루 사재기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연예인이 가수와 개그맨, 방송인에 국한된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미 완치된 SS501의 김현중을 시작으로 케이윌, 2PM의 조권과 정진운, 가비엔제이의 노시현 등 신종플루의 공포는 주로 가요계를 중심으로 확산되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연기자 가운데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례가 지금껏 단 한 건도 없단 사실이다.
연기자의 일터인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신종플루에 노출될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연급 연기자 중 한 명이 신종플루에 걸릴 경우 격리가 필요한만큼 촬영 스케줄과 방송 및 개봉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돼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전염병 재난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영화 촬영장만 신종플루의 청정지대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배우는 가수와 달리 협업이 많고 활동중단 자체가 쉽지 않아 고의적으로 발병 사실을 은폐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은 직업적 특성상 신종플루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면서 "밤샘 촬영과 장거리 스케줄 등 생활에 변화는 많지만 제때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약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적 대란이라는 신종플루 앞에 연예인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며 "신종플루에 노출될 가능성은 많지만,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라는 것 때문에 의심 증상이 발견돼도 쉽게 병원을 찾기 어렵고, 확정 판정을 받는다 해도 밥벌이가 끊길까 쉬쉬하는 이들도 물론 일부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