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를 일으킨 K리그 ‘최강 리더십’ 최강희 감독

by경향닷컴 기자
2009.05.12 08:25:20


[경향닷컴 제공] 2009년 K리그 6승2무. 패배를 모르는 팀, 전북.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토록 강해졌을까.

전북 최강희 감독(50)에게 전화를 걸어 K리그 1위를 달리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는 “새로운 선수들이 팀 적응을 잘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덕분이다”라고 답했다. 의례적인 말로 들렸다.

2008년 6위로 시즌을 마쳤던 팀을 몇 달 만에 변모시킨 비결은 최 감독의 한마디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변화와 근성’의 축구로 K리그에 새바람을 몰고온 최강희 리더십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주창하는 리디십의 골자는 △끊임없는 변화 △근성 있는 축구 △초강도 훈련 △철저한 팀워크로 요약된다.

최 감독은 “남들은 전북을 강하게 보지만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전북이 모든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정상권 팀이 되려면 내년은 돼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에 부임했다. 그 사이 주전은 거의 모두 바뀌었다. 당시 멤버 중 현재 주전은 권순태·임유환 등 서너명뿐이다. 올해도 이동국·에닝요·김상식·하대성·진경선 등 주전 절반 이상을 수혈했다. 최 감독은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덜 필요한 선수를 내보내고 더 필요한 선수를 데려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단 재정을 고려해 선수를 맞바꾼 게 대부분이었다. 하대성·진경선은 강민수·조재진을 판 돈으로 알뜰하게 데려와 돈을 오히려 남겼다. 돈은 남겼고 선수단은 강해졌다.



최 감독은 “선수가 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선수가 아니라 감독 잘못”이라며 “감독으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선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를 영입할 때는 근성을 최우선으로 친다. 최 감독은 성격이 모가 나거나 개성이 강해도 기량이 확실한 선수를 좋아한다. 최 감독은 “이천수, 고종수 등 성깔 있는 선수가 공도 잘 찬다”면서 “성질만 잘 컨트롤하면 무서운 선수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국, 조재진, 제칼로를 데려올 때도 주변에서 말리자 최 감독은 “나는 200% 확신했다”고 말했다.



전북에는 팀을 옮겨 재기에 성공한 선수가 많다. 올해도 최태욱, 이동국, 에닝요, 김상식이 대표적이다.

한물갔다던 최태욱(5골 4어시스트)은 새생명을 얻었고 지난해 2골에 그친 이동국은 벌써 7골(9경기)을 넣었다.

비결은 신뢰와 칭찬이었다. 최 감독은 “나는 무조건 선수의 긍정적인 면만 본다”면서 “부정적인 면은 신뢰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조급한 마음에 부진했던 이동국에게 최 감독은 시즌 초반 10경기 풀타임 출전을 약속했다. 최 감독은 “가정을 꾸린 뒤 책임감과 의지가 훨씬 강해졌다”면서 “심적 조급함을 없애준 게 살아난 비결”이라고 말했다.

징계도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나를 포함해 사람이면 누구나 3차례 실수는 할 수 있다”면서 “그때까지 용서하면 대부분 선수들은 도를 닦는 수도승으로 변한다”며 웃었다.


전북의 훈련은 강도가 무척 높다.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1경기만 있으면 꼭 하루는 지옥훈련을 한다.

최 감독은 “실전보다 더 강하고 거칠게 훈련해야 경기 막판 70~80% 기량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이 ‘역전의 명수’로 유명해진 이유다. 훈련 도중 코칭스태프는 근성과 오기를 자극하기 위해 선수들을 일부러 걷어차기도 한다.

최 감독은 “경기장에서 착한 것은 소용이 없다”면서 “선수들이 싸움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시즌 K리그 8경기에서 전북이 20골·5실점을 거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수들의 오기를 자극하는 동시에, 무언의 압력으로 모든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서로 어울리게 만드는 것. 최강희표 조련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