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어메이징 그레이스’…“골프는 마지막까지 끝난 것 아니야”
by주미희 기자
2025.07.14 08:19:25
LPGA 투어 메이저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제패’
‘18번홀의 기적’…이글-칩인 버디-이글로 ‘우승’
투어 통산 2승이자 개인 첫 메이저 우승
“올해 초반 회의감 많았다…꿈만 같은 순간”
한국 선수들은 ‘톱10’ 실패…이소미·최혜진 14위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어메이징 그레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차지한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에 붙은 별명이다. 유명한 가스펠 제목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 따왔다. 그만큼 그레이스 김은 경기 막판 믿을 수 없는 플레이로 생애 첫 ‘메이저 퀸’이 됐다.
 | 그레이스 김(사진=AFPBBNews) |
|
그레이스 김은 1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레이스 김은 지노 티띠꾼(태국)과 연장전을 벌여 2차 연장에서 이글을 잡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대회 막판 1시간 동안 그레이스 김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플레이를 펼쳤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앞두고 선두 티띠꾼에 2타 뒤지고 있던 그레이스 김은 4번 하이브리드로 완벽하게 2번째 샷을 쳐 핀 60cm에 공을 붙였고 이글을 잡았다. 티띠꾼이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흘렀다.
그레이스 김의 기적적인 플레이는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18번홀에서 이뤄진 1차 연장전에서 2번째 샷이 너무 오른쪽으로 밀린 나머지 카트 도로를 맞고 물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다. 반면 티띠꾼은 버디를 잡을 좋은 위치로 공을 보냈다. 하지만 그레이스 김은 1벌타를 받고 친 4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대로 홀 안에 집어넣었다. 공이 홀로 굴러 들어가는 걸 본 그레이스 금도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티띠꾼도 2.5m 버디를 잡으며 승부는 연장 2차전으로 흘렀다.
그레이스 김은 연장 2차전에서 다시 한 번 4번 하이브리드로 2번째 샷을 했고 이번에는 핀 오른쪽 3.6m 거리에 공을 안착시켰다. 그레이스 김이 이 이글 퍼트를 놓치지 않고 성공하면서 그가 에비앙 챔피언십의 주인공이됐다.
그레이스 김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1차 연장에서 공이 물에 빠진 걸 알고 정말 실망했지만, 골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칩샷이 들어갔는데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또 그는 “오늘 18번홀에서 3번이나 같은 클럽이 4번 하이브리드로 2번째 샷을 했다. 이 클럽은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그레이스 김은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따냈다. 첫 메이저 우승이며 우승 상금은 120만 달러(약 16억 5000만원)다.
호주 최고 여자 골프 선수로 꼽히는 카리 웹 장학생인 그는 웹이 주는 장학금을 4번이나 수상한 기대주였다. 지난달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이민지가 제패했고, 2개 메이저 대회를 호주 선수가 연속으로 우승했다.
그레이스 김은 “정말 큰 성과다. 올해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 회의감이 많았고 의욕도 식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트로피 옆에 앉아 있는 게 정말 꿈만 같다”며 기뻐했다.
티띠꾼에게는 큰 좌절이었지만 그는 “오늘 경기에서 싸운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무려 7타를 줄이며 경기 후반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린 아마추어 로티 워드(잉글랜드)는 1타 차 공동 3위(13언더파 271타)에 만족해야 했다. 워드는 1967년 US 여자오픈에서 캐서린 라코스테가 우승한 이후 처음 아마추어로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이같은 대기록이 무산됐다.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인 워드는 지난 7일 유럽여자골프투어(LET) KPMG 아일랜드 여자오픈에서 프로 선수들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워드는 이번 대회에서 상위 25위 안에 들면 ‘엘리트 아마추어’ 카테고리를 통해 LPGA 투어 멤버십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올해 남은 시즌과 내년 시즌 전체 L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프로로 전향하면 바로 L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
그레이스 김의 우승으로 올해는 LPGA 투어 역사상 가장 오래 다승자가 나오지 않은 시즌이 됐다. 18개 대회 연속 각기 다른 우승자가 배출됐다. 또 최근 13개 메이저 대회에서 13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한국 선수들은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공동 3위로 역전 우승을 노렸던 이소미는 2타를 잃어 최혜진과 함께 공동 14위(8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효주가 공동 31위(4언더파 280타), 고진영이 공동 35위(3언더파 281타), 임진희가 공동 38위(2언더파 282타)를 기록했다.
국내파 중 유일하게 참가한 황유민은 전날 공동 66위까지 처져 있었지만 마지막 날 2타를 줄여 공동 49위(이븐파 28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윤이나는 공동 65위(3오버파 287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