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고 나와 컷탈락했던 유해란, 이번엔 달랐다..에비앙 첫날 '노보기'
by주영로 기자
2023.07.28 08:29:39
LPGA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공동 6위
201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본선 좌절
당시 "아시안게임 한 풀겠다" 다짐..아쉽게 컷 탈락
5년 만에 프로로 다시 찾은 에비앙 챔피언십
"5년 전 기억 많이 떠올라..좋았던 기억만 생각해"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5년 전의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2018년 8월. 고등학교 2학년이던 유해란은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앞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KOREA’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개막에 앞서 연습라운드를 하며 적응에 나섰던 유해란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이번 대회에선 내 방식대로 경기하면서 아시안게임의 한을 모두 풀어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메이저 대회는 만만하지 않았다. 첫날 7오버파 78타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다음날 1언더파 70타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아쉽게 첫날 너무 많은 타수를 잃었던 탓에 컷 탈락해 아시안게임의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갔다.
유해란은 이듬해 5월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2부인 드림 투어부터 활동했다. 7월에만 2승을 거둔 유해란은 8월에 정규 투어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추천 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거치며 실력을 다져왔던 유해란은 프로 무대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2021년 2승, 2022년에도 1승을 추가해 KLPGA 투어에서만 5승을 거뒀다.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 더 큰 무대에서 경쟁하고 싶은 꿈을 이뤘다.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유해란은 아직 우승을 신고하지는 못했으나 3월 데뷔전으로 치른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로 톱10을 장식했다. 이어 6월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공동 3위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두는 등 5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어 신인왕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5년 전, 메이저 대회에 처음 나와 “아시안게임의 한을 풀겠다”라고 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갔던 유해란은 프로가 돼 같은 무대에 다시 섰다.
이번엔 달랐다.
유해란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때려내 공동 6위에 올랐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골라내는 깔끔한 경기를 하며 5년 전 컷 탈락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유해란은 5년 전을 떠올렸다.
경기를 마친 유해란은 “2018년인가, 예선전을 치르고 여기에 와서 경기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는 예선에서 떨어졌다. 당시 아마추어였는데 그때의 기억도 많이 났다”고 5년 전의 추억을 되돌렸다.
아마추어로 처음 메이저 대회에 나와 고전했던 기억 때문인지 이날도 경기 초반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경기를 시작해 8개 홀 동안 버디 없이 파 행진을 했다.
유해란은 “전반에 잘 안 풀리니까 그때 기억이 많이 났다”며 “그래도 좋은 기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면서 플레이하니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5년 만의 도전 결과에 만족해했다.
7언더파 64타를 적어낸 파울루 레토(남아공)가 단독 선두로 나선 가운데 유해란은 3타 뒤진 공동 6위에 올라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내일은 비 예보가 있는데 오전에 경기하게 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내일도 오전에 바람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오늘 후반 경기를 경험 삼아 이어서 치도록 하겠다”고 기대했다.
| 2018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아마추어 자격으로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한 유해란이 연습 중 네잎클로버와 ‘LUCKY’라는 글자를 새긴 골프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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