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감독의 패기 이충현 "여성 캐릭터 편견 깨고 싶어"[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20.12.02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나한테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성이 캐릭터 변화에 유연하고 때론 더 힘이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영화 ‘콜’이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운 스릴러 영화라는 사실을 짚자, 이충현 감독이 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단편 ‘몸값’(2015)부터 두 번째 단편 ‘하트어택’(2020) 그리고 첫 장편인 ‘콜’(2020)까지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작업했다.
이충현 감독은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원래 성향이 기존의 시스템이나 편견들을 비틀어버리는 이야기에 끌리는 편”이라며 “여성 캐릭터가 나오면 ‘수위가 그 이상은 안 되겠지’ 같은 생각들이 있는데 ‘콜’로 그걸 깨보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출대로 ‘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강렬하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연결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콜’에서 박신혜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에서 보지 못한 독한 모습으로, 전종서는 ‘추격자’의 하정우에 비교될 정도의 살인마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두 배우에 대해 그는 “박신혜는 현장의 리더로서 단단한 돌처럼 작품에 무게를 잡아줬고, 전종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지녔는데 그 두 가지가 이 작품에 잘 묻어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올해 나이 서른 살의 젊은 감독인 이충현 감독은 예술고에 진학하며 자연스럽게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2015년 기발한 이야기와 날카로운 메시지가 돋보인 ‘몸값’으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데뷔 당시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는 찬사를 받았다. 첫 장편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큰 규모의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몸값’을 만든 이가 어떤 작품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올 초부터 개봉을 기다렸던 ‘콜’은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걷히지 않자 끝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그는 ‘콜’이 극장 상영을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쉽다”고 하면서도 “(넷플릭스 공개가) 전 세계 관객과 만나는 것은 나한테나 영화한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충현 감독은 연출력뿐 아니라 잘생긴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제작보고회 행사가 공개된 뒤 “감독이 배우 같다”며 이례적으로 신인 감독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영화를 더 열심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며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