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웹툰 품은 MBC, 1020 잡고 안방극장 재도약

by김보영 기자
2019.10.26 06:00:00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 화제성 1위
남궁성우 PD "중화권 반응까지 고무적"
웹드라마 '연애미수' 새벽 편성…"다양한 가능성 확인"

(왼쪽부터)MBC 수목미니시리즈 ‘어쩌다 발견한 하루’와 MBC 웹드라마 ‘연애미수.(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MBC 안방극장이 젊어지고 있다. 유튜브·V라이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사랑받던 웹드라마를 TV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지상파 드라마의 꽃’이라 불리는 수목극에 포털에서 화제가 된 청춘 웹툰 원작 드라마를 편성하는 사례도 갈수록 증가 추세다. TV보다 모바일이 친숙한 1020대 젊은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분석된다. 세간에선 가뜩이나 드리운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에 그나마 리모컨을 쥐고 있던 중장년층 시청층까지 등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그 시도를 대하는 시청자 반응과 높아지는 화제성이 이 모든 우려를 보기 좋게 날리고 있다.

박상주 성균관대 영상학부 겸임교수는 이에 대해 “2030대 시청층들의 콘텐츠 소비 구조의 변화가 낳은 흐름을 지상파도 더이상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고 자체 생존을 모색 중인 것”이라며 “최근 프로듀서와 웹툰작가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기존 대본 작가 중심의 드라마 편성 구조가 퇴색되면서 생겨난 변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MBC가 지난 2일부터 방영 중인 수목미니시리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어하루’는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임을 깨달은 여고생 은단오(김혜윤 분)가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학원 로맨스 드라마다.

‘어하루’는 22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3주차 TV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방송 3주 만에 1위를 거머쥐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 부문 화제성 점수가 전주 대비 약 75%나 늘어나는 등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합한 전체 프로그램 순위에서도 두 계단을 껑충 뛰어 1위에 등극했다. 지난 9일 방송된 5~8회분은 TV프로그램 다시 보기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에서 주간 조회수 34만 2577명 집계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어하루처돌이’ ‘#어쩌다발견한하루’ 등 관련 해시태그가 수십개, 관련 게시물이 수십만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김혜윤과 SF9의 로운, 이재욱 등 출연 배우들도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상위 10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뻔하지 않은 설정과 기성 스타 배우 대신 대세 청춘 배우들을 캐스팅한 과감한 시도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인기리에 완결된 원작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실사화하면서도 1020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발랄한 학원물 로맨스의 분위기를 더해 더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고등학생 최서원(17)양은 “원래 평일 밤 9~10시에는 각자 핸드폰으로 유튜브 방송을 보거나 각자 학업 공부를 하느라 드라마를 TV에서 보는 일이 잘 없었는데 최근 반 친구들끼리 약속이라도 한듯 ‘어하루’ 본방 사수하러 TV 앞에 앉는다”며 “본방을 사수하고 나서는 유튜브로 클립 영상을 한 번 더 몰아 본다. 웹툰 때부터 애독자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원작과 다르게 가볍고 주인공들이 더 생기발랄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하루’ 남궁성우 프로듀서는 “각종 커뮤니티와 SNS 호응, 다시보기 동영상 클립 폭발적 피드백이 제작진에게도 전달돼 새삼 놀란다. 시청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반응을 감지 중”이라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와 세트 아이템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고 중화권 반응도 고무적이다. 반응에 힘입어 제작에 더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최근 웹드라마까지 안방극장에 불러들였다. MBC는 오는 11월 1일부터 웹드라마 ‘연애미수’를 ‘나 혼자 산다’가 끝난 후인 매주 금요일 밤 12시 50분에 방송한다. 동영상 재생플랫폼 V라이브와 네이버TV가 앞서 10월에 공개한 뒤다. MBC는 ‘연애미수’를 매회 25분물 제작 ‘숏폼 콘텐츠’로 과감한 시도에 나선다.

‘연애미수’는 2017년 8월 공개돼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한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하 전짝시)의 스핀오프(원 작품의 캐릭터와 설정에 새 이야기를 더한 것)격인 작품이다. ‘전짝시’가 낳은 화제 배우 조기성, 양혜지의 출연, 전작의 인기가 힘을 보탤 거란 전망이다.

이같은 시도는 앞서 Mnet과 JTBC가 행한 전략이기도 하다. Mnet은 지난해 7월 웹드라마 ‘에이틴’을, JTBC는 지난 7월 ‘인서울-내가 독립하는 유일한 방법’을 각각 편성한 바 있다. ‘에이틴’ 시리즈는 누적 조회수 3억뷰를 기록했고, ‘인서울’은 고3 수험생의 이야기를 다뤄 1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웹드라마가 구축한 온라인상 두터운 팬덤을 안방극장까지 옮겨오겠다는 전략이다.

MBC 콘텐츠전략팀 관계자는 “젊은 시청자의 정서와 트렌드를 파악할 좋은 기회다. 독특한 정서를 가진 웹드라마를 새벽 등 주변 시간대에 편성함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주 교수는 “2030 젊은 세대 시청자들 위주로 콘텐츠 소비 구조가 변화해가는 흐름은 1~2년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과거 가지고 있던 채널 파워를 점점 잃어가면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