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안방극장]①김순옥·문영남·하청옥, 통속극 혹은 '막장'
by김윤지 기자
2017.03.17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연속극 대모(大母)들이 집결하고 있다. 주말극에 포진한 김순옥·문영남·하청옥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극단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 절묘한 완급 조절이 이들의 특징이다. ‘막장’과 통속극을 오가며 시청자를 사로잡을 주말 안방극장을 미리 살펴봤다.
◇MSG 너무한 ‘당신은 너무합니다’
4일 첫 방송한 MBC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연출 백호민)은 스타 가수 유지나(엄정화 분)와 모창 가수 정해당(구혜선 분)의 이야기다. 나훈아의 모창 가수 너훈아의 인생에서 착안했다. 2014년 눈을 감은 너훈아가 생전 “나훈아를 닮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다 보면, 내 인생마저 가짜로 느껴져 공허할 때가 있다”고 말한 데서 모티브를 따왔다.
드라마는 두 여인의 애증에 집중한다. 그 방법이 극단적이다. 유지나는 사실상 자신을 팔아 먹고사는 정해당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정해당의 오랜 연인 조성택(재희 분)을 빼앗는다. 조성택이 자동차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고, 정해당은 유지나가 버린 아들 이경수(강태오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급작스러운 전개다.
대사도 인상적이다. 유지나에게 집착하는 대기업 회장 박성환(전광렬 분)은 “여자는 그저 강아지 처럼 힘 있는 주인한테 사랑이나 받으면서 사는 게 신세 제일 편한거야”라는 모멸에 가까운 시대착오적인 말을 내뱉는다.
◇문영남 가고 김순옥 온다
종방을 6회 앞둔 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연출 부성철)은 당초 이 시대의 결혼과 부부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갈 가족 드라마를 지향했다. 초반에는 갑순(김소은 분)·송재림(허갑돌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만남과 이별이 반복됐다. 그 사이 신재순(유선 분)·조금식(최대철 분) 커플의 이야기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특히 50부작에서 60부작으로 연장되면서 신재순 캐릭터에 방점이 찍혔다. 가출한 신재순 찾기에 모든 분량을 투입하면서 어느새 ‘우리 재순이’로 불리고 있다.
후속작은 김순옥 작가의 ‘언니는 살아있다’(연출 최영훈)다.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가 주인공이다. 김 작가의 전작처럼 생활력 강한 선량한 여인과 악랄한 악녀의 대결 구도가 그려질 예정이다. 장서희가 SBS ‘아내의 유혹’(2008) 이후 9년 만에 김 작가와 호흡을 맞춘다. 특히 김 작가는 전작인 MBC ‘내 딸, 금사월’(2015)과 ‘왔다!장보리’(2014)으로 함께 한 백호민 PD와 동시간대 경쟁을 해 눈길을 끈다.
◇방송사 안일한 선택, 주말극 편견만
주말극은 시간대 특성상 가족극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가족극의 매력이지만, 50부작이란 방대한 분량에 때문에 밀도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 쉽지 않다. 때문에 극적인 긴장을 줄 수 있는 악녀가 나오거나 극단적인 설정이 주어진다. 정도가 지나치거나 개연성이 사라질 때 시청자들은 ‘막장’이라 부른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주는 통쾌함도 있고, 쉽게 편히 볼 수 있어 즐겨보는 시청자 층도 있다.
세 작가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시청률을 담보하는 스타 작가인 이유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2회 만에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MBC ‘여자를 울려’(2015)는 자체 최고 시청률 25.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었다. 문 작가와 김 작가 역시 각각 전작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48.3%(KBS2 ‘왕가네 식구들’, 2014)와 34.9%(MBC ‘내딸 금사월’, 2015)를 기록했다. 종종 자기 복제, 혹은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높은 타율로 홈런을 치는 스타 작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호평 받은 MBC ‘결혼계약’이 좋은 예다. 시한부 여성이 돈이 필요해 계약 결혼을 한다는 소재는 자극적이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진민PD는 “문화 콘텐츠로서 드라마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드라마가 시청률만 쫓아가면 언젠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외면한다고 한다. 드라마도 오락으로 소비되지만, 드라마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감동 내지는 카타르시스다. 요즘 드라마가 그걸 많이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