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2014]네덜란드 승부차기 악연 씻은 GK 교체카드
by이석무 기자
2014.07.06 09:48:25
| 네덜란드의 브라질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골키퍼 팀 크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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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네덜란드가 코스타리카를 꺾고 극적으로 브라질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데는 승부차기 골키퍼로 나선 팀 크룰(뉴캐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네덜란드는 6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전에서 코스타리카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득점없이 승부차기로 끌려갔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코스타리카를 누르고 힘겹게 승리를 챙겼다.
네덜란드는 유독 메이저대회에서 승부차기와 인연이 없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브라질에게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이후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아쉽게 패하는 등 승부차기와 악연이 계속 이어졌다.
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 등 역대 메이저대회에서 네덜란드의 승부차기 성적은 1승4패. 잉글랜드(1승6패)에 이어 승부차기에 유독 약했다. 게다가 이날 코스타리카전에서 골대까지 3번이나 맞히는 등 여러가지로 네덜란드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것은 네덜란드 입장에서 결코 반갑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약하다’는 징크스가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네덜란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판 할 감독은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주전 골키퍼 야스퍼르 실러선(아약스)를 빼고 백업골키퍼 크룰을 기용한 것. 187cm의 실러선 보다 7cm나 더 큰 거구인 크룰을 투입해 골문의 공백을 조금이라도 더 좁히겠다는 판 할 감독의 의도였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빅리그 경험도 절실했다.
판 할 감독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크룰은 A매치 출장 경험이 5경기에 불과했다. 승부차기를 위해 투입된 골키퍼 입장에선 더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승부차기용 골키퍼 기용을 염두에 두고 교체카드를 아꼈다는 비난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크룰은 판 할 감독의 기대를 100% 충족했다.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와 신경전을 벌이며 기선을 제압한 크룰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킥 방향을 완벽하게 알아차렸다. 2번 키커 브리안 루이스(에인트호번)의 슈팅을 막아낸데 이어 5번 키커 미카엘 우마냐(사프리시)의 슈팅까지 쳐내며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네덜란드로선 오랜 기간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승부차기 악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생애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크룰의 활약은 판 할 감독의 만점 용병술과 맞아떨어지면서 네덜란드를 웃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