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달래된 장국', 반토막 조기종방을 향한 쓴소리
by강민정 기자
2014.06.10 07:53:11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조기종방’ 소식이었다. 그것도 ‘반토막’으로 끝이 난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연속극 ‘달래 된 장국, 12년만의 재회’(이하 ‘달래 된 장국’)가 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26회로 마무리된다. 오는 29일이 마지막 방송이다.
작가와 PD 등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서’라는 이유 하나에 묵묵히 남은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남은 6회 방송이 잘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화가 나지 않은 이들은 없을 터다.
‘달래 된 장국’의 반토막 조기종방을 향한 쓴소리를 들었다.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모든 드라마엔 고유의 창작심과 시청자와의 약속, 방송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 ‘달래 된 장국’의 제작발표회에서 출연배우들이 현장에 모여 드라마의 선전을 기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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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책임감이다
방송은 책임감이다. 만들기까지, 선보이기까지 대단한 각오와 실질적인 회의를 거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방송은 그야말로 ‘막장’이다. 실제로 3년여 전만해도 한 지상파 방송사의 연속극이 50회에서 10회 초반대로 ‘급 종방’되는 사태를 빚어 방송계에 큰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방송이 장난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 동안 ‘밀회’를 비롯해 숱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제작하며 종편의 새 지평을 연 JTBC 역시 ‘달래 된 장국’을 편성하며 남다른 포부를 갖고 있었을 터다. 그 각오를 아는 만큼 출연 배우들은 아쉬움이 커진다. 한 출연 관계자는 “시청률이 전부라고만 생각될 줄은 사실 몰랐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다른 드라마와는 차별화되는 ‘막장’ 없는 콘텐츠라 자부했던 면도 있어서 속상하다”고 전했다.
사실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에서도 1,2년 사이 ‘조기종방’이라는 굴욕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을 줄여왔다. 120회로 기획된 일일연속극의 경우 100회 초반대로 축소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큰 무리가 없고, 시청자들과 배우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조기종방을 논의해 왔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책임감 문제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누구나 시청률이 잘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편성하고, 출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요즘은 콘텐츠의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초심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 ‘달래 된 장국’에서 아역을 맡은 배우 윤소희(왼쪽)와 이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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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발견의 부재다
이런 의미에서 ‘달래 된 장국’은 스스로의 가치를 정립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률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 일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것. 요즘은 ‘본방 사수’가 워낙 힘든 시대이고, 다운로드 수와 온라인상 이슈몰이,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관심 등을 척도로 드라마의 인기를 가늠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이 2%까지 하락하는 일이 최근에도 있었고, 당시 분위기를 더듬어봐도 ‘조기종방’에 대한 논의는 오간 적은 없다. 해당 드라마 출연 관계자들은 “호흡이 워낙 좋았다. 혼자서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다들 현장에서 만날 땐 한명의 시청자라도 만족하는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한 자릿수 시청률, 5%대로 떨어지는 시청률에 타격을 받긴 한다. 성적이 좋을 수록 다들 기운이 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출연을 결정해준, 열심히 만들어주고 있는 스태프를 생각하면 분명 시청률 이상으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단 한명의 시청자라도 지적을 해주고 애청을 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그것에 만족하고 ‘완주’하는 것이 요즘 마인드다”고 밝혔다.
‘달래 된 장국’은 매주 대본 리딩을 갖고 한 팀이 살을 맞댔다. 1%내외의 시청률로 일일연속극 ‘귀부인’이나 월화극 ‘유나의 거리’의 1~3%대 시청률과 비교해 낮았지만 애청자들도 있었다. 일부 출연 배우들 사이에서 조기종방 결단을 두고 “너무 성급한 게 아니었나”는 미련이 남는 이유다.
| ‘달래 된 장국’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소연(왼쪽)과 남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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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접근, 신의가 흠집났다
후일은 당연히 무책임할 수밖에 없다. 당초 9월께 종방 예정된 ‘달래 된 장국’이 이달 말 끝나면, 출연배우들은 2~3개월의 공백기간이 생긴다. 그 사이 빨리 일을 잡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캐스팅 작업이 수월한 건 몇몇 ‘특급 스타’에나 해당되는 상황이다. 남궁민, 이소연 등 주연배우는 차치하더라도, 이 안에 힘을 보태는 수많은 중견, 신인 배우들의 타의에 의한 공백기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한 매니지먼트 이사는 “배우들도 크지 않은 반응 속에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함께 걱정하는 것이 아닌 일방향으로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드라마 때문에 포기한 다른 작품이 아쉬워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신인의 경우엔 ‘데뷔작이 조기종방된 드라마’라는 괜한 선입견 때문에 원치 않는 공백이 길어질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달래 된 장국’은 조기종방에 대한 소식을 기사로 접한 출연 배우들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일방적인 통보로 전달 받은 배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의’의 문제에 큰 흠집이 났다는데서 ‘달래 된 장국’에 유종의 미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