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데뷔까지 10억..어디·어떻게 쓰이나
by조우영 기자
2012.10.30 08:21:15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이돌 그룹의 데뷔부터 성공하기까지에는 기획사의 엄청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
5인조 아이돌 그룹을 준비 중인 한 연예 기획사의 예로 살펴봤다. 이 기획사의 대표의 말에 따르면 급여 포함 회사 운영비(직원 5명 기준)로 매달 나가는 돈은 평균 1500만원이다. 여기에 연습생 식대·유류비, 보컬·랩·댄스· 연기 트레이닝비, 숙소 유지비까지 고려한다면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은 약 4000만원이다. 데뷔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소 6개월이다. 이 기간만 약 2억 4000만원이 필요하다.
데뷔를 앞두면 본격적인 목돈이 투입되기 시작한다. 곡비·녹음 마스터링·재킷 촬영 사진작가비·앨범 디자인·스타일리스트·CD 프레싱(2000장 기준)에 들어가는 돈이 약 3000만원. 뮤직비디오와 바이럴 마케팅·쇼케이스·온라인 광고 등 프로모션에 2억여 원이 든다.
이후 6개월간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 한 장 정도를 더 발매하고 활동을 이어가려면 이 비용이 고스란히 되풀이되는 것은 물론 의상비·안무 창작비·활동비 등이 추가된다. 앨범 한 번 내고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한 아이돌 그룹의 1년치 총 예산은 10억원 안팎이라는 설명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느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다수 인디밴드들은 작사·작곡을 자신들이 직접하고 홈 레코딩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도 적잖다. 자작곡을 홈 레코딩하면 적게는 500만원에서 2000만원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기획사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거쳐 나온 아이돌 그룹은 다르다. 냉정하게 말해 아이돌 그룹은 기획사가 만들어 낸 ‘상품’이다. 연예도 산업이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기획사)은 존재할 수 없다.
돈이 많이 든다고 비판할 일이 아니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요 시장은 이제 국내 엔터 산업의 중심이 됐다. 그 핵심에는 아이돌 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내 K팝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아이돌 그룹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0년 약 15개 팀, 2011년 30여 팀, 2012년 9월 현재까지 40여 팀이 데뷔했다. 자생적인 입소문에 의해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싸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일각에서는 기존 K팝 선두 주자인 소녀시대·원더걸스·카라 등이 앞서 일궈낸 성과를 폄하하기도 하나 그들 없이는 싸이도 없었다.
문제는 재료(연습생)를 어떻게 조합하고 재포장해 얼마나 가치 있는 상품(가수)으로 만드느냐다. 이후 그 ‘신상품’이 ‘일회용’이 되느냐 ‘명품’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기획사의 의지와 시스템 못지않게 가수의 노력과 역량도 중요하다. 아이돌 그룹만 양산한다고 기획사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점은 가요 관계자들조차 입을 모아 인정하는 대목이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매년 데뷔하는 팀 수는 많아져도 2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는 그룹은 4~5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이 한정돼 있다는 얘기다. 성시권 평론가는 “나머지는 조용히 사라지거나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아예 해외로 눈을 돌려보지만 한국에 뿌리를 두지 못한 이들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어 ‘롱 런’ 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