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총재 잇단 오명, 해법은 없나

by정철우 기자
2011.05.04 08:19:43

▲ 유영구 KBO 총재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검찰에 구속됐다. 명지학원 이사장 시절 공금을 횡령하고 명지건설의 빚을 교비로 갚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총재측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KBO 총재로서 직권을 남용하거나, 총재직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 바는 없다.

하지만 야구계에도 적잖은 손실을 끼친 것 만은 분명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장이 개인 비리로 구속됐다는 것 만으로도 치욕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유 총재의 퇴임은 물론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KBO 총재는 낙하산 인사 시절을 거쳐 민선 총재의 시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3대 총재가 모두 개인적인 문제로 말로가 좋지 못했다.

박용오 총재는 두산그룹 내 형제의 난에 휘말리며 오점을 남겼다. 프로야구를 위해 많은 애를 쓴 총재로 기억되고는 있지만 그의 마지막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 신상우 전KBO 총재

전임 신상우 총재는 다시 낙하산 인사였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삐걱였다. 또한 현대 유니콘스 매각 과정에서 허술한 일처리로 잇달아 좋은 기회가 무산된 것에 대한 최종 책임까지 그의 몫이었다. 게다가 임기 마지막 시기엔 개인 비리혐의까지 불거졌다.



유영구 총재는 'KBO 총재의 민선 시대'를 다시 연 인물이다. 9구단 창단과 지방 구장 신축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그 역시 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말았다.

그러나 유 총재마저 개인 비리로 구속되자 야구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임 감독은 "유영구 총재는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물러나야 한다. KBO 총재라는 직함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이미 야구계에 큰 해를 끼친셈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재 공모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 구단 단장은 "유영구 총재 취임 이전에 총재 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안이 나왔었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유보됐지만 이제라도 공모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모제를 통해 인물 검증을 마친다면 취임 이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의 미비와 제도의 부재, 비용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KBO 총재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공모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이상은 KBO 총재가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8개구단의 구단주 중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는 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오히려 다른 기업의 열성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경제인의 경우 언제든 자금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그러나 기회는 다시 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열기를 10구단 창단과 인프라 구축 등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언제든 팬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어떤 결정도 늦춰지거나 주저해선 안된다. 건전하고 열정적인 총재 리더십을 만들 수 있는 토양부터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