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이 연봉 대폭 삭감을 받아들인 이유
by정철우 기자
2008.01.09 10:42:03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KIA 외야수 심재학(36)은 8일 지난해 보다 60% 깎인 1억원에 재계약 했다. KIA의 2008 시즌 연봉 계약 중 이종범에 이어 또 한번 규약상 최고 삭감폭(40%)를 훌쩍 넘는 선수가 나온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0%를 넘기기 위해선 선수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종범의 경우 은퇴를 각오하고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러나 심재학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심재학은 지난해 손바닥 부상 등에 시달린 탓에 고작 25경기에 나서 타율 2할3푼5리, 4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아직 효용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구단들이 있다. 실제 몇몇 구단은 KIA 측에 계약 여부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년간의 부진 탓에 2억5,000만원의 연봉 중 절반 정도는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다. FA 계약을 하며 맺은 마이너스 옵션 때문이다. 당시 계약에는 매년 1억원 이상의 마이너스 옵션이 포함돼 있었고 심재학은 대부분 기준을 넘기지 못했다. 부상이 아닌 이유로 2군에 가면 그에 대한 손실(연봉 2억 이상 선수가 2군에 가면 50%만 수령)도 감수(2007 후반기 제외)해야 했다. 이미 부진한 성적에 대한 일정 부분의 책임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심재학도 처음엔 구단안에 동의하지 못했다. 재계약 대상자(FA 이재주 제외) 중 가장 늦게 도장을 찍은 이유다.
심재학은 이에 대해 "돈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계약도 계약이지만 팀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굳이 남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고민이 망설이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은 부상 탓도 있지만 KIA의 세대교체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지난해엔 부상 회복 후 팀에 합류했지만 돌아온 답은 "이미 4강이 어려워진 만큼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었다.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2군행을 통보하며 "팀 사정 때문에 내려가는거니까 고액 연봉 불이익은 받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심재학에겐 배려가 아닌 배제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돈이 깎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단번에 마음을 굳혔다. 구단 제시액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조범현 감독의 마음을 알게된 것이 컸다. 조 감독은 심재학의 계약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내가 연봉 계약에 나설 수는 없지만 난 네가 필요하다. 계약이 안되더라도 전지훈련에는 꼭 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을 직접 밝혔다. 연봉 문제가 훈련까지 지장을 주게되면 팀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심재학은 "감독님 말을 듣고 많이 흔들렸다. 공평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을거란 기대가 연봉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 했다"며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는 꼭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