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삐약이' 신유빈, 도쿄 눈물 털고 한국 탁구 12년 恨풀다[파리올림픽]

by이석무 기자
2024.07.31 06:00:00

신유빈(오른쪽)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파트너 임종훈과 함께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3년 전 도쿄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삐약이’는 더이상 없다.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파리에서 값진 메달을 가져오면서 한국 탁구의 한을 풀었다.

신유빈(대한항공)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팀을 이뤄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4위)를 세트점수 4-0(11-5 11-7 1--7 14-12)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는 1988 서울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된 이래 한국 스포츠의 효자종목이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2개 등 총 18개 메달을 따냈다. 60개(금 32, 은 20, 동 8) 메달을 쓸어담은 중국에 이어 금메달과 총 메달 수 모두 2위였다.

하지만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메달의 맥이 끊겼다.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도쿄 대회에서 잇따라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 바로 신유빈이다.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관심을 모았다.

신유빈은 착실히 성장했다. 중학생이던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14세11개월 16일이었다.

17살에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 신유빈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과감하고 거침없는 플레이로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유의 기합 소리가 마치 병아리가 ‘삐약’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해서 ‘삐약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신유빈에게 도쿄올림픽은 아쉬움의 대회였다. 당시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2-3 역전패한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도쿄올림픽 이후 신유빈은 시련의 시간을 겪었다. 고질적인 오른쪽 손목 피로골절이 그를 괴롭혔다. 라켓을 잡고 공을 치는 선수에게 손목이 아픈 것은 치명적이었다. 선수 인생까지 위협할 만큼 큰 위기였다. 성적이 나지 않다 보니 ‘실력이 거품’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은 신유빈은 다행히 제 모습을 되찾았다. 신유빈의 돌파구는 복식이었다. 작년 5월 더반 세계선수권에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함께 여자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에 오른 것은 36년 만이었다. 이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21년 만에 여자복식 금메달을 일궈냈다.

그 기세를 몰아 파리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탁구에 새 역사를 썼다. 3년 전 도쿄에서 오열하면서 경기장을 떠났던 신유빈은 파리에서 활짝 웃으며 시상대 셀카를 찍었다.

신유빈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임종훈)오빠랑 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많았는데 결과를 얻어 기쁘다”며 “해외에 있는 시간이 길어 힘들었는데 (오빠가) 힘든 내색을 하나 없이 견뎌준 덕분에 나도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말 기쁜데, 뭐라고 해야 할지 표현이 안 된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그래도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앞으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이후 부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린 신유빈은 “계속 경기마다 졌던 시기도 있었다”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묵묵히 노력한 내게 ‘잘 견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신유빈은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부모님 덕분인데 이렇게 메달까지 따게 됐다”며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건 신유빈은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도 나서 추가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신유빈의 파리올림픽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