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3파전→BIFF 호스트…송강호, 韓영화 위기에 내민 손길[스타in 포커스]

by김보영 기자
2023.09.28 09:25:20

칸·오스카가 인정한 韓·亞 대표 배우 송강호
비상체제 BIFF의 호스트로…"작은 도움 드리고 싶었다"
추석 연휴~10월까지 바쁜 일정…든든한 구원투수
BIFF 주윤발과의 만남에도 관심…뜻깊은 결실 이루나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칸과 아카데미가 사랑한 배우 송강호가 내홍 이후 28년 만에 초유의 비상체제로 열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과의 다섯 번째 협업작 ‘거미집’으로 이번 추석 연휴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송강호는 강동원 주연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하정우 임시완 주연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과 함께 추석 한국 영화 3파전에 돌입했다. 침체된 극장가에 숨결을 불어넣어야 할 책임감, 다시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연휴 대부분을 무대인사 등 영화 홍보 일정에 할애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는 10월 4일 열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호스트로 부산을 향한다.

국내 1호 영화제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인 BIFF가 28년 역사상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아닌 국내 배우를 ‘호스트’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인사잡음 이후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나란히 사퇴하며 생긴 공백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일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소식을 전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사장,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가운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배우 송강호를‘올해의 호스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강호를 호스트로 선정한 이유와 과정도 설명했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는 올해 영화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며 “올해의 호스트는 개막식에서 게스트를 맞이하는 등 다방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없이 치러지는 BIFF의 공백을 메워야 할 송강호의 부담이 적지 않을 터. 그럼에도 송강호는 30년 가까이 한국 영화의 역사와 동고동락해온 의리, 영화계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았다.

송강호는 ‘거미집’의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BIFF 호스트를 맡은 취지 및 소감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는 “비상체제이니 올해만 그렇게 운영될 것 같다. 어차피 ‘거미집’ 오픈토크 등 관련 행사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번 호스트를 맡게 돼 이틀 정도 더 미리 (부산에) 내려가있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28년이란 긴 세월동안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비상체제에서 열리게 됐다. 약간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당시 제안을 수락한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저도 사실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런 것이 되게 민망스럽다”면서도 “여러 게스트들이 오시지 않나.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방문하시는 게스트분들 중 저를 아시는 분도 모르시는 분도 계실텐데 구체적으로 누가 오실지는 잘 모르겠다. 또 해외 분들 못지 않게 우리 감독 배우들도 많이 찾아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스토로서 영화제를 대표해 인사드리는 사실 자체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선임으로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사실상의 공동 위원장 체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사잡음으로 내홍을 겪었다. 허문영 당시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밝혔고, 그를 복귀시키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허문영 위원장의 성폭력 의혹까지 불거지며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내홍 과정에서 이용관 이사장까지 사퇴하고, 조종국 운영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를 필두로 대행체제에서 운영 중이다. 허 전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도 함께 조사 중인 상황.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지난해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한국 배우 최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영화 발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배우로 꼽힌다.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스크린 데뷔 이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괴물’, ‘기생충’ ‘설국열차’ 등 한국 영화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거장들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약 30년 가까이 한국 영화 역사에 헌신해왔으며, 배우로서 평생 한 번을 초청되기가 어렵다는 칸 국제영화제에 무려 8번이나 초청되는 등 세계적 인지도도 높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선 시상자 자격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송강호는 올해 BIFF의 호스트로서 기존의 이사장이나 집행위원장의 역할이던 손님맞이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배우 주윤발과 호스트 송강호의 만남을 향한 관심이 높다. 홍콩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톱스타 주윤발이 올해 BIFF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만남이 BIFF의 뼈아픈 공백을 다시 풍성히 채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올해 BIFF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개막식 사회는 이제훈과 박은빈이 맡으며,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을 포함해 269편을 상영한다. 폐막식 사회자는 홍경, 고민시가 맡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