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롯데]'투수 전향 3년 만에 롯데 에이스로' 나균안 성공스토리

by이석무 기자
2023.05.08 06:10:00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후 롯데자이언츠의 새로운 에이스 기대주로 떠오른 나균안. 사진=연합뉴스
[사직=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롯데자이언츠는 화려하고 역사적인 에이스 계보를 자랑한다.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진 ‘강철어깨’ 최동원, 강속구처럼 살다 간 ‘비운의 에이스’ 박동희, 100경기 완투 대기록을 보유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투혼의 역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염슬라’ 염종석, 부산 야구의 봄을 빛냈던 ‘소년 에이스’ 주형광, 완벽한 컨트롤로 ‘전국구 에이스’라 불렸던 손민한 등등.

최근에는 에이스라고 부를 만한 토종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장원준, 송승준, 박세웅 등이 주축 투수로 마운드를 이끌었지만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다. 최근 롯데 팬들이 새로운 기대주 등장에 더 흥분하는지도 모른다. 시즌 초반 롯데의 질주를 이끄는 나균안(25)이다.

2023년 봄, 나균안의 활약은 뜨겁다.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5월 첫 등판이었던 3일 KIA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지만 여전히 시즌 초반 가장 돋보이는 투수다. 4승은 리그 다승 공동 2위이자 토종 투수 1위다.

특히 롯데 외국인 투수(찰리 반즈, 댄 스트레일리) 2명이 나란히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나균안의 호투는 더욱 빛나고 있다. 나균안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면서 롯데 선수단의 마인드는 ‘오늘 이길 수 있을까’에서 ‘오늘 이길 수 있다’로 바뀌었다.

나균안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당시 그의 이름은 ‘나종덕’이었다. 포지션도 투수가 아닌 포수였다. 용마고 시절 고교 최고 포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포수 나종덕은 성공하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 도합 128경기에 출전했지만 칭찬보다 비판을 더 많이 받았다. 특히 1할대 타율에 머문 타격에서 아쉬움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왼쪽 손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좌절의 깊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때마침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능력을 유심히 본 성민규 롯데 단장이 투수 전향을 제의했다. 고민 끝에 투수 변신을 결심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 이름도 ‘종덕’에서 ‘균안’으로 바뀌었다. 롯데 차세대 에이스 나균안의 탄생이었다.

나균안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처음 투수를 시작했을 때는 아렇게 잘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포수에 대한 미련도 사실 남아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왕 시작한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운동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처음에는 투수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용하는 근육이나 부위가 다른 만큼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2021년 투수로 본격 전향한 나균안은 불과 세 시즌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를 빠르게 끌어올린 비장의 무기는 포크볼이었다. 당시 롯데 잔류군 재활코치였던 홍민기 코치에게 배운 포크볼은 이후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꿨다.

나균안은 “투수를 시작할때 내가 남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더 많이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코치님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렇게 투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후반기에는 팀 동료 박세웅으로부터 커브를 배웠다. 스펀지처럼 새 구질을 자기 것으로 빨아들이는 능력이 나균안의 가장 큰 장점. 서튼 감독은 “나균안은 천부적인 손가락 감각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사실 나균안의 진짜 강점은 멘탈이다. 돌발 상황에서도 좀처럼 감정 기복이 없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찬사에도 들뜨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잘 던지고 있지만 최근 등판에선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최대한 기복 없는 투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균안은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 빠른공 평균 구속이 142km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속은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공을 정확하게 던져 타자를 효과적으로 잡는데만 신경쓴다.

그는 “구속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난 원래 빠른공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다”며 “대신 제구에 더 신경쓰면서 계속 배운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고 겸손하게 공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