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연출 이재규 "넘사벽 '오겜' 선한 영향력 잇고 싶다" [인터뷰]

by김보영 기자
2022.02.08 05:30:00

9일 연속 세계 1위…넷플릭스 본국 미국에서도 정상
"좀비물 무섭지만…꼭 한 번 나눠야 할 이야기라 판단"
"'절비', 코로나 추이보며 착안…시즌 확장에 도움"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킹덤’ 시리즈 이후 세계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K좀비 신드롬’에 빠뜨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이하 ‘지우학’)의 연출자 이재규에게 실제 자신도 좀비 마니아인지 묻자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섭지만 한번쯤은 꼭 정면으로 마주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우학’ 극복을 맡은 천성일 작가와 제가 접근한 관점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우학’은 2009년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7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은 공개 직후부터 6일까지 9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휩쓸었다. 넷플릭스 본국인 미국과 영어권 콘텐츠 소비도가 높은 영국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는 등 제2의 ‘오징어 게임’을 방불케 하는 글로벌 흥행을 견인 중이다.

이재규는 7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나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봐주신다는 게 신기했고, 전혀 예상치 못한 호응”이라며 “배우, 스태프들과 열심히 일한 지난 2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세계 1위 소감을 밝혔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고립된 고등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자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비롯해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 흥행작을 만든 이재규의 OTT 데뷔작으로, 좀비물 첫 도전이었다. 호흡을 맞춘 천성일 작가 역시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집필한 스타작가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처음 K좀비를 다뤘던 ‘킹덤’ 시리즈의 인기가 ‘지우학’의 흥행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재규는 ‘지우학’이 이를 깨고 외신의 호평을 얻을 수 있던 비결을 “기술팀, 액션팀, 무술팀, 안무가 등 각 분야 제작진이 구현해준 능력치가 높았다”며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들이 성인과 얼마나 비슷하게, 또는 다르게 반응하고 선택해나가는지 보여줬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10부작을 주로 취한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12부작의 긴 호흡을 선택한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기존 넷플릭스 시리즈보다 느린 전개로 느껴질 수도 있는 위험은 충분히 인지했다”면서도 “하나의 온전한 에피소드를 구성하려면 최소한의 완성도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이를 충족하려면 12부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후반으로 갈수록 빠져드는 전개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원작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절비’(반은 인간 반은 좀비)란 새로운 존재를 도입한 취지도 밝혔다. 이재규는 “코로나19의 경우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했을 때 확진자가 나와도 감염이 안 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은 잠복기를 거쳐 늦게 발병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예를 들며, 좀비 바이러스도 코로나19와 같은 변이나 돌발 상황이 있을 것이란 상상에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남라(조이현 분)와 은지(오혜수 분), 귀남(유인수 분)이 대표적이다. 세 명이 전부 똑같은 ‘절비’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은지와 귀남은 좀비가 됐지만 살아 있는 ‘불멸자’(이모털,Immortal)로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좀비 능력을 지녔어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남라는 항체 반응으로 완전 발병하지 않은 ‘면역자’(이뮨,Immune)라서 전염 능력이 없다”며 추후 제작될지 모를 차기 시즌에 대해 귀띔했다. 또 “시즌 1이 인간이 좀비 바이러스에 살아남는 사투를 그렸다면, 후속 시즌에선 다양한 좀비들이 각자의 집단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시즌 2에 대한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극의 일부 대사 및 장면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선 “우리나라엔 세월호 참사 외 삼풍 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사고 등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가슴 아픈 사고가 많았고, 그것들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을 담았다”며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징어 게임’과 비교되는 것에는 부담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을 때 연출자 황동혁에게 전화를 걸어 내년 작품 공개를 앞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당시 황동혁은 “내가 세계의 문을 열어준 것이니 부담갖지 말고 고마워 하라”고 조언해줬지만, 자신에게 ‘오징어 게임’은 여전히 ‘넘사벽’(넘지 못할 벽)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젠 그 부담을 벗고 ‘지우학’이 ‘오징어 게임’을 잇는 선한 영향력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