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BTS 악의없는 발언 공격"… '한국전쟁' 발언 일파만파

by윤기백 기자
2020.10.13 05:45:42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중국 네티즌들이 방탄소년단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

(사진=코리아소사이어티 온라인 갈라 중계화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국가 모독’이라고 주장하며 발끈한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BTS는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렸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BTS 발언에서 모욕을 감지했다”고 집중조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리더 RM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RM의 발언을 접한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양국’이란 단어를 확대 해석하는 것도 모자라 본뜻을 심각하게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은 RM이 언급한 ‘양국’이 한국과 미국을 뜻하는 것이며,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중국의 일부 매체들이 ‘남녀의 희생’을 ‘남녀군인의 희생’ 등으로 오역하면서 중국 내 방탄소년단을 향한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한한령을 강화해야 한다’ 등 궤변을 늘어놓는 중국 네티즌의 발언이 웨이보 등에서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환구시보는 12일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국가 존엄을 건드리면 용서를 못 한다”며 “방탄소년단이 항미원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했다. 중국에서는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다’라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로 해석하고 있다.



논란의 불똥은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제품을 광고하던 기업들에게 튀었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휠라 등 기업들은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제품들을 현지 광고에서 삭제했다. 지난 7월부터 ‘갤럭시S20플러스 BTS 에디션’을 판매해온 삼성전자는 관련 페이지를 지웠고, 현대자동차도 현지 홈페이지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영상과 정보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삼성과 휠라가 BTS와 협력한 흔적을 없애며 거리를 뒀다”며 “이것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중국인의 애국심을 쫓는 사례이고, 불매운동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을 포함한 몇몇 유명 브랜드들이 명백히 BTS와 거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는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조명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연예인의 발언을 문제를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가수 이효리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부캐릭터 활동명으로 ‘마오’를 언급했다가 중국 전 국가주석인 마오쩌둥을 모욕했다며 사이버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중국 외교부도 진화에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탄소년단 발언에 대한 질문에 대해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