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무덤' 다시 서는 류현진, 이번엔 웃으며 내려올까
by이석무 기자
2019.07.31 08:01:00
|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 쿠어스필드.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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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올해 이미 한 차례 악몽을 겪었던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다시 오른다.
류현진은 8월 1일 오후 4시 10분(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올시즌 쿠어스필드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 6월 29일 콜로라도와 원정경기에 나섰지만 4이닝 동안 홈런 3방 포함, 9피안타 7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올시즌 사이영상급 행보를 이어가던 류현진이 유일하게 난타 당한 경기였다.
그 경기 전까지 1.27이었던 평균자책점은 1.83으로 치솟았다. 이후 4경기에서 다시 호투 행진을 재개하면서 현재 1.74까지 낮췄다. 만약 쿠어스필드에서의 부진이 없었더라면 현재 평균자책점은 1.74가 아닌 1.29가 됐어야 했다.
그런만큼 이번 쿠어스필드 등판은 1점대 평균자책점 유지에 있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 등판처럼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언제든 평균자책점은 2점대로 올라간다.
해발고도 1600m 고지에 자리 잡은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다른 구장에 비해 훨씬 멀리 날아간다. 반면 투수 입장에선 던지는 공 실밥의 공기저항이 적다보니 변화구 회전력이 떨어진다. 투수가 원하는 만큼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거나 제구가 잘 되지 않는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에서 5차례 등판했지만 유독 약했다. 2014년 6월 7일 6이닝 2실점 투구로 한 차례 승리투수가 됐을뿐 나머지 네 차례 올해까지 4번의 등판에서 모두 5이닝을 못 넘기고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만 쿠어스필드에서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마에다는 30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4이닝 7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그전까지 올시즌 쿠어스필드에서 2경기에 나와 9⅔이닝 3자책점으로 잘 던졌지만 이날은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역시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의 승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아레나도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23타수 14안타(타율 .609)에 홈런 1개, 2루타 4개,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번 쿠어스 필드 등판에서도 류현진은 아레나도에게 홈런과 2루타를 허용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우려를 딛고 호투한다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류현진의 강력한 경쟁자인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등근육 부상으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IL) 에 들어갔다.
류현진은 현재 11승 2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은 116개로 슈어저에 밀리지만, 볼넷/삼진 비율에서는 7.73으로 7.56의 슈어저에 앞선다. 다승, 평균자책점도 류현진이 우위다. ESPN 사이영상 예측 지수에서도 류현진은 131.7점으로 1위를 달린다.
이번 고비를 잘 넘겨 12승을 달성하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사이영상과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지난 등판에서 이루지 못한 한·미 통산 150승 고지도 정복할 수 있다.
류현진은 이번 등판에 앞서 “거기서 승리 투수를 한 적도 있고 항상 안 좋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항상 준비 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