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향닷컴 기자
2010.07.27 07:46:59
[경향닷컴 제공]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낸 4강, 이것이야말로 기적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세계 수준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다. 등록선수가 1400여명,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합쳐도 팀이 65개에 불과하다. 등록선수가 900만명이 넘는 미국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상황.
그렇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벌어진 극적인 변화는 지금의 성과를 만든 밑거름이다.
예전 여자축구는 어릴 때 육상이나 하키를 하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당연히 기본기가 부족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나서 초등학교부터 팀을 만들어 선수를 육성했다. 선수층은 여전히 얇았지만 13세이하, 15세이하, 17세이하 등 각급 대표팀을 만들어 엘리트를 키워냈다. 이를 통해 성장한 1세대가 현재 20세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과 체력 모두 유럽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취약점인 골결정력도 이들에겐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슈팅 8개 중 3골을 넣었다. 대회 4경기를 통틀어 11골을 넣어 득점 2위를 달리는 것도 고무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손발을 맞춰온 터라 조직력도 발군이다. 2008년 뉴질랜드 17세이하 월드컵에서 8강을 일군 선수들 중 10명이 지금 20세이하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자신감도 만만찮다. 여자축구연맹 유영운 전 사무국장은 “지금 선수들은 브라질과 맞붙어도 오히려 우릴 보고 배워보라는 자세로 임한다”고 말했다. 한양여대 김상진 코치도 “요즘 입학하는 선수들은 예전과 비교해 기술력 자체가 다르다. 특히 (지)소연이는 세계 어느 선수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팀 최인철 감독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최 감독은 동명초, 오주중, 동산정보고를 거치면서 우승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다.
오랫동안 여자축구만 담당해 모든 선수들의 특성과 기량을 알고 있고 이론적, 전술적으로 해박해 여자축구계 최고 분석가로 통한다. 축구협회 유일한 여자 전임지도자 황인선 코치도 언니처럼 편하게 선수들을 대해 팀을 하나로 묶었다.
축구협회는 올 초 대표팀에 개최지 독일로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