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7관왕이냐 8관왕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07.09 09:09:47
세계선수권서 金 7개… 올림픽 최다관왕 도전
자유형 200m 등 4개 종목 세계 기록 보유
[조선일보 제공] 4년 전엔 '희망'이었다. 이젠 '예약'이다. 미국의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Phelps)가 단일 올림픽 최다관왕인 7관왕(마크 스피츠·수영·1972 뮌헨)을 넘어 8관왕에 도전한다.
2004 아테네 대회를 앞두고 수영 용품 업체 스피도는 후원 선수인 펠프스가 7관왕을 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목표를 이루리라고 기대했다기보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수영 신동'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19세 선수는 놀랍게도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따는 성과를 거뒀다.
펠프스는 작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국 금메달 7개를 걸며 단일 세계선수권 최다관왕(6관왕·이언 소프·호주) 기록을 바꿨다. 혼계영 400m 우승을 놓친 게 옥에 티였다. 당시 펠프스는 체력 부담을 줄이려고 결선에만 나갈 예정이었는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미국이 예선에서 실격하면서 당연시되던 8관왕을 놓쳤다. 예선 세 번째 영자였던 이언 크로커가 교대 0.04초 전에 물에 뛰어들어 허용 오차(0.03초 이내까지 먼저 출발 가능)를 0.01초 넘기는 반칙을 한 탓이었다.
펠프스는 최근 끝난 미국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8종목(개인 5종목+계영 3종목) 출전권을 확보했다. 4년 전과 종목이 똑같다. 그 중 자유형 200m와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400m는 본인이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계영 400m와 800m 세계기록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 있다.
호주 신문 '디 오스트레일리언'은 스피도가 걸었던 '7관왕 보너스' 100만 달러가 유효하지만 스피도 측이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보험을 들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험사들이 그만큼 펠프스의 7관왕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뜻이다. 마크 스피츠 역시 USA 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펠프스가 유례없는 기록 격차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펠프스의 최대 강점은 진보에 대한 의지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자유형 200m의 경우 세계기록 보유자로 거듭났다. 상대적 취약 종목이던 자유형 100m는 선발전 예선 때 2008년 세계랭킹 5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을 냈다.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400m 계영 팀에 들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펠프스는 "감정적, 육체적인 에너지를 측정하는 능력을 배웠다. 4년 전엔 모든 레이스에 전력을 다했는데, 이젠 필요할 때를 대비해 (힘을) 아낄 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3주간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다른 미국 대표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한 뒤 싱가포르로 이동, 1주쯤 아시아 시차 적응을 하고 베이징으로 들어간다.
펠프스가 설령 7관왕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이변이 없는 한 역대 올림픽 통산 최다관왕이 유력하다. 금메달을 '4개만' 따면 마크 스피츠와 파보 누르미(핀란드), 칼 루이스(미국·이상 육상), 라리사 라티니나(구소련·체조·이상 통산 금메달 9개)를 제친다. 수영 천재의 '골드 러시'가 세계 수영사의 새 물줄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