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땀과 눈물로 쓴 우승 드라마

by조선일보 기자
2008.03.31 07:54:27

[조선일보 제공] 땀과 눈물을 구분할 수 없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GS칼텍스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뛰어나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GS칼텍스가 2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07~2008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대1로 꺾고 프로 출범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여자 배구 명문 팀의 부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GS칼텍스는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4위와 꼴찌를 맴돌기만 했다. 여자부 5개 팀 중 4개 팀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우승 또는 준우승을 한 번씩 차지했지만 GS칼텍스만 예외였다. GS칼텍스가 호남정유(LG정유) 시절에 달성한 슈퍼리그 9연패(1991~1999년)와 92연승의 영광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올 시즌 초반도 좋은 성적을 예감하긴 힘들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졌고, 이희완 감독이 위암으로 사령탑을 비우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팀은 6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6연패를 당한 다음날(1월 24일) 훈련을 하지 않았다. 대신 회의실에 모여 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쌓인 응어리를 풀었다. 선수들의 마음과 몸은 가벼워졌고 GS칼텍스는 1월 25일 도로공사를 3대2로 물리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같은 달 28일엔 이 감독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다는 희소식이 들려 왔다. 감독대행인 이성희 수석코치는 선수들에게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정신력을 불어넣었다. 현대건설에서 GS칼텍스로 옮긴 첫해 팀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한 정대영은 "코치님이 '나도 독일에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굴러 들어온 돌과 같은 느낌 때문에 적응이 힘들었다'고 경험담을 들려줘 큰힘이 됐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결국 3위로 시즌을 마치며 챔프전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 코치는 "모래알 같던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똘똘 뭉쳐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지난 1월 초 위암 판정을 받은 이희완 감독도 이날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포옹을 하며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