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감'

by노컷뉴스 기자
2007.10.02 10:13:43


[노컷뉴스 제공] '라이언킹' 이동국(28·미들즈브러)에 대한 영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함량 미달'이라는 냉정한 비판와 '점차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고 있다'는 우호적인 평가가 그것이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1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구디슨파크에서 보여준 이동국의 플레이에 대해 최악의 평점을 부여했다.

스카이스포츠는 "끔찍한 실수(Terrible miss)'라는 평가와 함께 4점을 부여한 것. 4점은 상당히 낮은 점수로 여간해서는 잘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평점이란 어차피 평점을 매기는 취재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같은 경기를 보고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는 이동국에게 평점 6점을 부여했다. 함께 출전한 공격수 미도(5점)보다 높은 평점이었다.

실제로 이날 이동국의 플레이가 스카이스포츠의 평점대로 '최악'이었는지는 의문. 이동국은 한차례 헤딩슛으로 크로스바를 맞히며 아쉬운 분루를 삼켰지만 몇차례 위협적인 전진 패스를 통해 팀 동료들에게 공격 찬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잉글랜드 북부지역지인 '노던 에코'는 이동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노던 에코는 "이동국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면서도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은 지난 18경기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했다.



최근 현지에서 이동국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일자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미들즈브러 감독도 직접 감싸안기에 나섰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이동국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는 단지 3~4번만 선발로 나섰을 뿐이다. 누구라도 경기의 흐름을 타고 자신감을 올릴 수 있는 '선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좋은 내용을 보이기 힘들다"며 이동국을 지지했다.

그는 또 "이동국은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특히 선덜랜드와 토트넘과의 경기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그 혼자 최전방에서 플레이해야만 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며 "이동국은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 이제는 그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화답할 수 있는 골을 넣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동국에게 필요한 것은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지적했듯 '자신감'이다. 이동국은 팀내 1~3번째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해야 한다.

이동국은 자신이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지금 그에게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라'라는 조언은 아무 의미도 없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극대화시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오는 7일 맞붙을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는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수비력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팀이다. 미리 주눅이 들어있다면 넘을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어떤 공격수에게도 경기중 한두차례의 슈팅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득점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미식축구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코치였던 빌 코우허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너는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처럼 그렇게 나쁜 선수는 아닐 수도 있다." 시즌 도중 비난 여론 속에 풀이 죽어 있는 한 선수에게 그가 들려준 조언이었다.

영국 현지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영국 일부 언론들이 생각하듯 자신이 그렇게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