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운동이 성적 올린다' 오히려 체육시간 늘리는 교육 선진국

by이석무 기자
2022.08.05 07:12:58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업에 앞서 0교시 운동시간을 갖는 네이버빌 센트럴 고등학교 학생들. 사진=네이퍼빌 센트럴 고교 SN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 교육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학교 체육수업의 긍정적인 면을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체육수업이 건강 증진은 물론 학업능력 향상, 정서적 안정, 사회성 강화 등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예는 ‘네이퍼빌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실험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 위치한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미국 내 최고 명문 고등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학생들의 운동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깨달은 이 학교는 0교시에 전교생이 1.6km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배치했다. 달리는 속도는 최고 속도의 80~90%를 유지하도록 했다.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도록 했다. 그리고 1, 2교시에 가장 어렵고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과목을 배치했다.

그렇게 한 학기동안 0교시 체육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놀라운 학업 성취력을 보였다. 학기말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학기 초에 비해 17%나 증가했다. 0교시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2배 가량 높았다. 또한 수학, 과학 성적이 전국 하위권이었던 이 학교는 이후 전 세계 과학평가에서 1위, 수학에서 6위를 차지했다. 운동이 학습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것이다. ‘네이퍼빌의 혁명’ 이후 0교시 체육수업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캐서린 킹 박사 연구팀도 미국 찰스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러닝머신 등 일주일에 40분씩 5번 운동프로그램을 실시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읽기 과목 성적이 훨씬 올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은 이튼스쿨 등 주요 명문 사립학교 교과과정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과목이 체육이다. 체육시간이 전 교과의 25%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축구, 럭비, 크리켓 등 여러 명이 같이 하는 단체 운동이 체육수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 정부는 2013년 ‘체육활동과 학업능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남학생은 운동량이 17분 증가할 때마다, 여학생은 12분 증가할 때마다 학업능력이 높아진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독일은 어느 나라보다 체육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체육은 좋은 학교를 만든다(Schulsport tut Schule gut)”라는 교육 슬로건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3 수험생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12학년은 주당 평균 수업시간 28시간 가운데 체육이 4시간이나 배정돼 있다.

독일이 이처럼 체육수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신체발달을 넘어 진정한 전인교육을 실현할 과목이라고 생각해서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 ‘학교체육에 관한 규칙’을 보면 ‘학교체육은 운동을 통한 신체적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영역만이 아니라 전인교육을 위한 과목이다’며 ‘제도권 안에서 전인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체육은 청소년기 배움 과정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수업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밖에 프랑스는 연간 108시간 이상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육상, 수영은 물론 승마, 등산, 조정 등 다양한 종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일본 역시 2008년 실시된 신학습지도를 통해 체육 수업시간을 확대하고 수업내용과 지도방식 개선 등 학생의 운동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