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녹두꽃’…닮은 듯 다른 임정 100주년 드라마

by김윤지 기자
2019.05.14 06:00:30

김원봉 역의 유지태(사진= 이몽스튜디오문화전문회사)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채 신채호의 말이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 2편이 방송 중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깊이 다룬 적 없는 역사적 인물을 조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MBC 토요 미니시리즈 ‘이몽’(극본 조규원·연출 윤상호)과 SBS 금토 미니시리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을 비교해 봤다.

‘녹두꽃’ 백이강 역의 조정석(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근현대사의 비극에서 출발

지난 4일 첫 방송한 ‘이몽’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김구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투사들과 김원봉을 필두로 무장항쟁을 이끈 의열단, 독립을 위한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던 이들의 ‘이도일몽’(二道一夢)을 다룬다. 월북해 김일성 훈장을 받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회 본부위원장까지 지낸 김원봉은 이념적인 논란이 있었다. 때문에 영화 ‘암살’의 조승우, 영화 ‘밀정’의 이병헌 등 기존 작품에선 기능적 캐릭터로 짧게 등장했다. 이와 달리 ‘이몽’에선 주인공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송 전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이란 것이 윤상호 PD의 설명이다.

지난달 첫 발을 뗀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다. 올 초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5월11일)로 제정돼 의미를 더한다. 전봉준(최무성 분)의 일대기가 아닌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진 이복형제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했다. 동학군 별동대장이 되는 백이강(조정석 분)과 일본 유학 후 조선의 ‘개화’를 꿈꾸는 백이현(윤시윤 분)이 주인공이다.

에스더 역의 윤지혜(사진= 이몽스튜디오문화전문회사)
‘녹두꽃’ 전봉준 역의 최무성(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건 같아…실제가 주는 ‘뭉클함’

배경적인 설명을 제외하고 드라마로만 접근하면 둘 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다. ‘이몽’ 속 김원봉(유지태 분)은 확고한 신념으로 의열단을 이끄는 가슴 뜨거운 남자다. 일본인의 손에서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 분) 역시 기구한 인물이다. 안정적인 삶을 등지고 위험천만한 밀정의 길을 걷게 됐다. ‘녹두꽃’도 마찬가지다. 얼자인 백이강과 적자인 백이현이 보여주는 훈훈한 우애는 훗날 두 사람의 갈등을 더욱 극대화 시킬 전망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이몽’의 이영진, ‘녹두꽃’의 송자인(한예리 분)처럼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역사라는 실화가 주는 힘은 상당하다.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대의를 위한 결의는 둘 다 비장하다. 피를 토하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몽’의 독립투사 에스더(윤지혜 분)나 “관리들이 백성을 사사로이 부리고, 재산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징세라는 미명하에 도마의 고깃덩이처럼 난도질 하는 세상”이라는 ‘녹두꽃’ 속 전봉준의 일침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몽’ 이영진 역의 이요원(사진= 이몽스튜디오문화전문회사)
각각 200억원 정도 제작비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시청률이다. ‘이몽’은 5~7%대 시청률, ‘녹두꽃’은 2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11.5%를 기록한 이후 줄곧 6~9%대 시청률(이상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그럼에도 선조들의 노고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달라…과감한 시도 VS 정통 사극

표현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이몽’은 좀 더 과감하다. 일본인도 중국인도 모두 한국어로 소통한다. 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힘을 빼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신 방송 앞뒤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실존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4회(30분 기준) 말미에는 박에스더·신채호·지복영·김구를 압축적으로 소개한 안내 화면이 등장했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녹두꽃’은 정공법을 택했다. 정통 사극의 만듦새를 보여준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루는 첫 드라마인 만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비중이 크다. 주인공인 가상의 인물 뿐만 아니라 실존 인물인 전봉준, 탐관오리 조병갑(장광 분) 등이 유난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전작인 KBS1 ‘정도전’(2014) 등으로 입증된 정현민 작가의 촌철살인 대사나 당신을 뜻하는 인역 등 지역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전라도 사투리도 인상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동학농민운동을 이복 형제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녹두꽃’이나 기존 작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김원봉을 내세운 ‘이몽’은 제각각 다른 작품이지만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녹두꽃’ 백이현 역의 윤시윤(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