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물든 골든글로브, 여성의 연대를 말하다
by박미애 기자
2018.01.09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여성은 강하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8일 오전(한국 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세실 B. 데밀상을 수상했다. 동명의 영화감독 이름을 딴 공로상으로, 흑인 여성 최초였다.
무대에 오른 윈프리는 “당신의 진실을 밝히라. 그것은 우리가 가장 가진 강력한 무기”라고 여성을 격려했다. 지난해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할리우드 성 추문 사태로 촉발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수년간 학대와 폭행을 겪어온 모든 여성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새로운 날이 다가왔다. 누구도 ‘나도(Me, too)’라고 말하지 않는 시대가 되도록 훌륭한 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싸우고 있다”고 말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의 화두는 연대였다. 레드카펫부터 화려한 원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윈프리를 비롯해 메릴 스트리프,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엠마 스톤, 엠마 왓슨, 제시카 차스테인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블랙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폭로했던 애슐리 쥬드도 시스루 블랙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미셸 윌리엄스는 성평등여성단체 대표 타라나 버크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햄스워스, 잭 에프론, 안셀 엘고트 등 남자배우들도 블랙 슈트로 뜻을 함께 했다.
‘검은 물결’은 미국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 ‘타임즈 업(Time’s Up)’에서 시작됐다. ‘타임즈 업’은 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SNS를 중심으로 ‘검은 옷’ 입기 캠페인을 펼쳤다. 검은 옷은 성폭력·성희롱 피해자임에도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응원의 의미였다. 일부 스타들은 검정 의상뿐만 아니라 가슴에 ‘타임즈 업’이란 문구가 적힌 배지를 달았다.
나탈리 포트만은 뼈가 담긴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론 하워드 감독과 함께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포트만은 “후보들을 소개한다”면서 “모두 남성”이라고 강조했다. 후보자는 기예르모 델 토로(셰이프 오브 워터), 마틴 맥도나(쓰리 빌보드), 크리스토퍼 놀란(덩케르크), 리들리 스콧(올 더 머니), 스티븐 스필버그(더 포스트)였다.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부터 ‘원더우먼’의 페티 젠킨슨, ‘머드 바운드’의 디 리스 등 여성 감독은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감독상은 델 토로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선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가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포함해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샘 록웰(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최다 4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의 개리 올드만과 ‘더 디재스터 아티스트’의 제임스 프랭코, 여우주연상은 ‘레이디 버드’의 시얼샤 로넌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