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in TV]②‘미우프’ PD “웃음이 최우선…정치에도 관심을”(인터뷰)

by김윤지 기자
2017.05.05 07:59:00

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문재수, 레드준표, 안찰스, 유목민, 심불리. 익숙한 이름을 묘하게 비튼 작명이 웃음을 자아낸다.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9’ 속 고정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이하 ‘미우프’) 속 인물들이다. ‘미우프’는 SBS ‘미운 우리 새끼’와 Mnet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이다. 대선 후보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센터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인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와 닮은 꼴이다.

‘미우프’는 오원택 PD와 김민석 작가가 전담해 제작하고 있다. 오 PD는 CJ E&M 공채 1기 프로듀서로 ‘SNL코리아’ 시즌3부터 시즌7까지 참여했다. 지난해 tvN ‘인생술집’을 론칭했다. 드라마 타이즈에 강한 기발한 아이디어꾼이란 평가다.

‘미우프’는 메인 크루 신동엽에서 출발했다. 오 PD는 신동엽이 이번 시즌 간판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진행 중인 ‘미운 우리 새끼’를 떠올렸다. 오 PD는 “‘프로듀스101’을 정치판에 대입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미운 우리 새끼’와 접목했다”면서 “제목부터 B급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각 대선 후보의 특징을 예리하게 표현하는 크루들의 연기가 ‘미우프’의 백미다. 제작진은 크루들의 사진을 펼쳐놓고 실제 인물과 외양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인물부터 찾았다. 오랫동안 ‘SNL코리아’에 몸 담은 오 PD는 크루들의 평소 연기톤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덕분에 정이랑은 성별은 다르지만 레드준표 캐릭터를 맡았다. 오 PD는 “회를 거듭할수록 크루들 모두 자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쌓여가고 있다. 지켜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재치있는 작명에 각 후보의 특징이 담겨 있다. 오 PD는 “후보들의 기존 행보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추려냈고 이를 이름에 반영했다”면서 “비하하는 느낌이 들어선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SNL코리아’ 특성상 막내 작가부터 최고참인 안상휘 CP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고충도 있다. 행여 편파적으로 보이거나, 선동으로 오해 받는다면 실패한 풍자다. 오 PD는 “연출자의 가치판단 개입을 항상 경계한다”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미우프’의 존재 이유다. 즐거움을 통해 시청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실시간 이슈 반영도 쉽지 않다. 제작진은 매주 널리 알려진 큼직한 이슈를 뼈대로 깨알 같은 디테일을 넣는 방식으로 코너를 구성한다. 동시에 이슈를 모르는 시청자도 웃을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한다. 이 모든 것이 매주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오 PD는 “가장 따끈한 이슈를 바로 다룰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크루와 제작진이 함께 토론회를 시청하고 새벽 두 시에 현장에서 바로 대본 써서 촬영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우프’ 캐릭터와 실제 대선 후보의 만남도 이뤄졌다. 문재인과 ‘문재수’ 김민교를 시작으로, 각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패러디한 실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고 있다. ‘미우프’를 향한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당사자를 만나는 상황이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이벤트다. 아쉽게도 선거법상 방송으로 확인할 순 없다. 오 PD는 “SNS 등에 게시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우프’는 5월 9일 대선과 함께 마무리된다. 오 PD는 “당초 대선 과정을 풍자하고자 기획했다. ‘프로듀스 101’처럼 센터가 결정된 후에는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대선 이후의 상황을 풍자할 수 있는 또 다른 포맷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