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14시간` 亞 결승 주연은 차두리다

by박종민 기자
2015.01.31 05:55:51

특급 공격수·수비수 아니던 차두리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선 특급 주연 기대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차두리(34·FC서울)는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 스타디움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주요 국제대회인 아시안컵 결승전이 은퇴 경기가 됐다. 차두리에게 주어진 큰 행운이 아닌가 싶다. 그는 차분히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9일 훈련전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도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 차두리(위)와 손흥민.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차두리는 사실 대표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혹은 최고의 수비수로 불린 적이 없다. 안정환처럼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골을 넣지도 않았고, 홍명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여겨지지도 못했다.

차두리는 박지성처럼 묵묵히 대표팀의 승리를 도왔던 선수였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그는 만능 축구선수다. 원래 포지션은 공격수였으나 지금은 측면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 야구로 따지면 투수가 타자로 전향해 3할 이상을 치는 격이며 농구에 대입하면 포인트 가드가 리바운드까지 잘 잡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이라크전을 중계하던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의 말이 떠오른다. “차두리의 피지컬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다”. 아버지 차범근의 타고난 신체능력을 물려받은 차두리다. 그의 월등한 신체능력은 축구선수로 성공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선보인 오버헤드킥은 마치 히바우두의 퍼포먼스를 연상케 했다. 히바우두는 2001년 6월 18일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와의 38라운드 종료 직전 프랑크 데 부어의 로빙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100m를 11초2에 주파하는 달리기 능력으로 일명 ‘치고 달리는’ 축구도 보여줬다.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70m 폭풍 드리블도 뛰어난 체력과 운동능력이 없으면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특급 공격수나 특급 수비수는 아니었지만, 차두리는 한국 축구사 최고의 순간에 언제나 주역이었다. 그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2002년)와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2010년)에 기여했으며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도 도전하고 있다.

한·일월드컵 때는 막내로서, 지금은 맏형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아버지 차범근처럼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그가 합류한 대표팀은 유독 강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이 반드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될 필요는 없다. 손흥민과 기성용 등이 있는 팀에는 차두리와 김진현 같은 숨은 공신들도 존재해야 한다. 박지성처럼 차두리의 이름도 한국 축구역사에 길이 새겨질 것이다.

차두리의 대표팀 축구영화가 막을 내리기까지 약 14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명품 조연이던 차두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연의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결승전이자 은퇴경기에서 차두리가 어떠한 경기력을 선보일지 한국 축구가 주목하고 있다.